공기업 민영화를 놓고 정치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통령 후보들과 소속 정당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공기업은 물론 정부투자기관 금융공기업까지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 후보의 입장일 뿐이다. 지난 4월 한나라당측은 철도 민영화와 관련,"철도구조 개혁은 충분한 사전논의가 필요한데 정부가 서둘러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며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입장은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설령 한나라당이 당론을 "민영화 조속 추진"으로 정리한다 할 지라도 현실적으로 "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전력 가스 철도 관련 법안처리를 주장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더욱 곤혹스럽다. 노무현 후보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로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점적 성격이 강하고 사회적인 수요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토대가 노조와 뗄수 없는 관계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확신을 갖고 추진해온 민영화와는 정면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그 가운데 끼어있다. 현 정부의 정책은 곧 민주당의 정책이었다. 노 후보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노 후보의 입장이 당론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당의 선택은 실천없는 선언 또는 침묵 둘 중의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