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 시장이다.' 공기업들이 땅짚고 헤엄치기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내수 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외환 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선진 경영기법과 기술으로 무장,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춘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월드컵 개최로 급상승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공기업의 해외 진출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KNOC)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한국담배인삼공사(KT&G) 한국가스공사(KOGAS) 등. 이들 공기업은 대부분 개도국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9년 설립된 석유공사는 해외 진출의 맏형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1년 북해 유전의 생산계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원유생산(4건) 유전개발(4건) 광구탐사(10건) 등 모두 18건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해외 석유 및 가스전을 탐사.개발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해외 유전개발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 15-1 해상광구'의 운영권을 확보, 2억5천만배럴 규모의 석유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석유공사는 향후 국내 소비량의 10%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유전에서 들여온다는 목표로 자체 유전 프로젝트 개발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자산관리공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앞세워 5조~6조달러 규모의 세계 부실채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단 타깃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과 체코 터키 러시아 등 동구권 국가. 특히 아시아 지역의 부실채권 규모는 전세계 시장의 절반 가량인 2조6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해외사업본부를 신설해 중국 신다.화룽.창청.둥팡 자산관리공사와 일본 예금보험공사, 인도네시아 IBRA 등과 부실자산 처리 및 정보교환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체코 KOB프라하, 러시아 ARCO(부실채권정리기구), 멕시코 IPAP, 터키 BRSA 등과도 MOU를 교환했다. 또 최근엔 해외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건설은행과 MOU를 체결, 부실채권 정리 자문과 연수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담배인삼공사는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을 해외 틈새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 전략 상품으로 개발한 '파인(Pine)' 브랜드는 지난 상반기 수출물량(1백31억개비)의 77.4%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향후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가스공사는 해외 가스 도입계약과 함께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투자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0년 2월 국내 민간 6개사와 지분 5%를 공동 투자한 카타르 라스가스 프로젝트의 경우 지난해 2천2백6만2천달러(약 2백88억원)의 첫 배당금을 받아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했다. 앞으로도 매년 배당금을 받을 예정이다. 또 지난달엔 베트남의 국영 가스공사인 페트로베트남가스와 협력협정을 체결, 베트남 가스개발 프로젝트 참여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