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1,200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거칠 것 없이 진행됐던 급락세는 1,200원 붕괴시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구두개입으로 본격적인 1,100원대 진입은 '일단 멈춤'상태이며 반등 조정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시장과 정부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모멘텀의 향배가 어디를 가리킬 것인지가 관심사다. 최근 급락세를 이끌었던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정부가 1,200원 붕괴를 불편해하는 심기가 뚜렷해 시장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에 따른 달러 공급요인 축적 등 물량 역시 만만치 않다. 이번주 환율( 7. 8∼ 7. 12)은 1,200원이라는 상징적인 레벨을 놓고 이 선을 지지하려는 정부의 개입강도와 시중 물량간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힘의 기울기는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 급락에 대한 조정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으나 쉽게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시장내 긴장감은 팽배해 있다. 환율 하락 추세의 전환은 아직 섣부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힘의 균형은 환율을 좁은 레인지내에 가둘 가능성도 있다. 여름 휴가철로 차츰 돌입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볼 변수다. ◆ '1,200원' 밀고당기기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7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4.53원, 고점은 1,211.41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98.60원, 고점인 1,207.90원에서 위아래 양방향으로 확대된 것.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188∼1,190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6명, '1,195∼1,198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점이 8명으로 1,200원 하향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점이 유력했다. 3명의 딜러는 '1,200원'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쪽으로는 7명의 딜러가 '1,215원'을 고점으로, 이어 7명의 딜러가 '1,210∼1,212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3명은 '1,205∼1,207원'이 반등의 한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환율은 1,200원을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환율은 주중 1,198.60원까지 하락, 19개월 및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반등세를 보이며 한 주를 1,204.90원에 마감했다. 1,200원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으며 매수세가 차츰 들러붙었다. 달러/엔 환율은 주중 미약하지만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120엔대를 회복했다. ◆ 팽팽한 저울, 어느 쪽으로 기울까 = 정부는 지난주 목, 금요일 모두 3차례에 걸쳐 구두개입에 나서 1,200원 방어의지를 시장에 주입시켰다. 특히 전윤철 부총리나 한국은행이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에 큰 영향력을 주지 않고 있다고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재정경제부 실무진의 생각은 약간 방향을 달리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및 대외경쟁력을 비롯 경기회복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재경부의 언급은 시장의 달러매도(숏)심리를 일단 주춤이게 했다. '비교적 강한' 개입이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중평. 이같은 재경부의 입장으로 인해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조심스럽다. “물량없이 깨질 수 없는 레벨임을 확인시켜줬다”(홍승모 NAB 딜러)거나 “시장흐름은 아직까지 포지션이 있어 빠지는 분위기이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부담스럽고 1,200원 밑에서는 조마조마하다”(이정욱 우리은행 딜러)는 등 경계감이 증폭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경계감을 품은 상태에서 거래에 임할 수 밖에 없게됐다. 하락 추세가 여전하다해도 마냥 내려가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정부분 반등과정을 거친 후에 다시 방향을 잡는 그림이 자연스럽다는 것. 월초 이월 네고물량이 일정부분 소화된 상태에서 공급우위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뉴욕 증시 및 달러화의 반등 가능성 등 주변여건이 정부의 의지를 도울 수도 있다. 이번주 중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반등력은 1,210∼1,215원에 걸쳐있다. 조정의 조건이나 반등력을 감안했을 때 1,210원대에서는 다시 매도에 대한 유혹을 충분히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정부의 물량 흡수가 신통치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달러/엔이 바닥을 다지면서 꾸물꾸물 반등하고 있음을 감안한 것이나 물량부담은 여전하다는 것. 지난주 목, 금요일 이틀 내리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이 대기하고 있다. 또 정부의 강한 의지에 따라 ‘기다려서 높게 팔자’며 일시적 반등시 매도기회를 노리는 업체들이 많아 반등력은 크지 않으리란 계산도 있다. 스탑성 매물이 쏟아질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시장은 정부 개입과 물량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딜러는 "1,200원이란 숫자가 애매한 레벨이다"며 "정부 개입이 얼마나 강도있게 오래가느냐가 관건이며 어느 쪽도 쉽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달러화 약세 진정기미 = 미국 달러화가 벼랑으로 치닫다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달러화는 유로화대비 등가수준(1유로=1달러)에 육박하고 엔화에 대해서도 120엔 밑으로 곤두박질치던 모양새는 일단 재정비의 시간을 갖추고 있다. 일단 뉴욕 증시의 반등이 일궈져야 달러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돼야하며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구축돼야 한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가 반등하고 달러/엔은 이에 자극받아 120엔대를 마침내 회복했다. 서서히 반등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이같은 달러/엔의 움직임은 달러/원의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달러/엔의 반등이 제대로 이뤄지면 물량 공급도 뒤로 미뤄지고 달러/원도 아래쪽이 지지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강하게 120엔 밑에서는 직간접 개입을 통한 노력을 기울이고 미국 실물경제와 약간의 괴리를 보이던 달러가치가 회복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송화성 BOA 딜러는 "달러 하락세가 멈추고 얼마만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달러/엔이 안 빠지는 분위기라면 국내 시장은 단단하게 아래쪽이 지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 진정은 오래갈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란 지적도 있다. 박준근 BNP 딜러는 "달러/엔이 바닥을 찾아가며 다음 타겟이 122∼123엔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위로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엔은 당분간 일시적인 반등을 거칠 것으로 보이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끝나면 다시 아래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