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진작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2000년 작품인 '암스테르담'은 축구 경기장면을 공중에서 찍은 사진작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작품이 해외 미술시장에서 무려 3억원선에 거래된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아마도 의아해할 듯하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우선 거스키가 비디오·영상 분야의 백남준에 버금가는 사진예술계의 거물이란 점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진이 조각 영상 등 현대미술의 뉴미디어를 리드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앞으로 작가는 사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작가로 활동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진은 모든 사람에게 친근하고 즉시적인 매체다. 2∼3년 전 국내에서 벤처 붐이 일 때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국내 벤처사업가들이 사진작품을 앞다투어 사들였다는 점은 국내에서도 사진예술이 이제는 주목받을 시점에 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는 12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회 '사진·영상 페스티벌'은 현대미술의 총아로 떠오르는 사진예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1990년 이후 사진예술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인 구본창 배병우 김수자를 비롯해 국제 사진계를 주도하는 안드레아스 거스키,토마스 러프,이탈리아의 바네사 비크로프트,영국의 수전 더지스,미국의 토니 아워슬러 등 18명의 작품 1백여점이 출품된다. 참여 작가들은 국제 비엔날레와 예술공모전에서 최고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이다. '지금,사진은'을 주제로 한 이번 페스티벌은 사진의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사진의 다양한 기법을 더듬는 '아우라',뉴미디어와의 접목을 살피는 '확장' 등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열린다. '개념'전에는 공공장소의 특성과 현대인의 고독을 포착한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소비문화의 허구를 풍자한 다니엘 뷰에트 등 8명이 출품한다. 퍼포먼스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바네사 비크로프트와 한국 수묵화의 서정성을 앵글에 담은 배병우씨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아우라'는 다양한 기법과 재현 방식의 현대 사진을 만나는 장이다. 회화 효과를 인화지에 표현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튠 혹스,디지털 기술에 현대미술의 콜라주 기법을 응용한 로버트 실버스의 사진도 출품된다. '확장'은 사진이 영상 등 뉴미디어와 접목함으로써 '장르의 확장'을 보여주는 전시.오는 13일부터 8월2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송일곤 감독의 '꽃섬' 등 20여편의 국내외 영화와 사진예술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8월4일까지.(02)720-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