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가 또다시 위작 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소장가가 서울 사간동의 K화랑에서 구입한 도천(陶泉) 도상봉(1902~1977년)의 50년대 작품인'라일락'이 위작 여부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풍경화인 이 작품은 이미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서 위작으로 판명났다. 지난 4일에는 도천의 유족 대표와 원로 미술평론가 감정전문가 등이 모여 심의작업을 벌였으나 최종적으로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작 시비는 특히 올해로 도상봉 선생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오는 10월10일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대규모 유작 전시회를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데다 판매한 곳이 신뢰할 만한 화랑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명품 명작에 가짜가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제작기술이 점차 지능화하면서 위작 여부를 명확히 판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몇년 전 감정전문가들이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진품'으로 판정한 데 대해 당사자인 천 화백이 '가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은 위작 여부를 판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더라도 잇따른 위작 시비는 화랑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미술품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미술계 원로인사는 "위작품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다만 인정받고 있는 화랑들이 작품 거래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일종의 '품질보증제'를 확대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