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끝난 KBS 일일극 '사랑은 이런거야'에서 남자 주인공네 가족은 전화받을 때면 "물 아껴 씁시다"라는 말부터 했다. 좌변기에 벽돌을 넣고,한번 쓴 물은 다시 쓰고,손빨래거리는 모아서 하는 등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공영방송을 통해 물 절약의 중요성을 보다 널리 알리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의 물 사정은 심각한 지경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74㎜로 세계 평균(9백70㎜)의 1.3배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비가 여름에 집중되는 데다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는 통에 연간 강수량 중 쓸 수 있는 건 26%밖에 안된다. 이 결과 매년 지역에 따라 제한급수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물을 저장하려면 댐을 건설해야 하지만 비용과 시간, 환경문제 때문에 쉽지 않고 대체수자원 개발을 위한 인공강우나 해수담수화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현재로선 되도록 물을 덜 쓰고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숙박업과 목욕탕,폐수 배출량이 많은 공장 등에 대해서는 중수도(中水道·Wastewater Reclamation and Reusing System), 1천4백석 이상인 운동장이나 체육관 신ㆍ개축 때는 빗물 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오는 9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목욕탕과 골프장,객실 10개이상 숙박업소에 절수기 설치가 의무화된다고 한다. 샤워만 하는 서양인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끈한 물에 온몸을 푹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바람에 집집마다 샤워시설이 있어도 공중목욕탕이 인기를 누린다. 물이 모자란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물 쓰는 습관'은 좀체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실제 국내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수준인 3백88ℓ에 달한다. 절수기를 갖추면 물 사용량이 25∼35% 절감될 수 있다지만 이미 설치한 곳에서 보듯 답답해 하며 계속 트는 바람에 더 쓰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절수기보다 중요한 건 공중시설의 물을 내집 물처럼 아끼는 마음가짐일 게 틀림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