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화.박순기.백승렬.최찬흥.윤석이기자 = 지방자치단체들이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념하는 각종 시책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다. 중앙정부가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출확대 방안 등을 모색하는 점과대조적으로 재정여건이 어려운 자치단체들이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 하드웨어 건립에치중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와 경제계는 포스트 월드컵 대책회의에서 월드컵을 통한 국가및 기업 이미지를 활용한 수출과 무역 확대방안을 논의했고,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상품 개발을 비롯해 국가 홍보물 제작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중앙정부가 적은 투자로 고효율의 생산적인 방안을 차분하게 모색하고 있는 반면 자치단체들은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월드컵 관련 기념관이나 박물관,빌리지, 운동장 등을 조성키로 해 월드컵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부산시는 2007년까지 220억원을 들여 동부산권 일원에 잔디구장 11곳과 선수 숙소(100실 규모), 스포츠 관광을 위한 복합시설 등을 갖춘 `월드컵 빌리지'를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사업규모가 워낙 큰데다 월드컵 빌리지의 넓은 토지(16만5천㎡)를 수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북도는 23개 시.군마다 잔디구장과 동네운동장을 각각 조성키로 했으나 사업비가 수백억원을 넘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대구시는 월드컵경기장에 25억원을 들여 월드컵기념관을 세울 예정이며 부산시는 2003년까지 71억원을 들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대회 첫승을 기념하는 `월드컵첫승 기념 스포츠 박물관'을 건립키로 했다. 그러나 기념관과 박물관의 전시품들이 중복될 개연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야 하고 연간 수십억원의 건물 운영비가 소요되는 `돈먹는 하마' 축구장의 상시 사용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는 엑스포 다리와 갑천대교 사이의 갑천에 70m 높이까지 쏘아 올릴 수있는 분수대의 건설을 추진키로 했으나 국제축구연맹의 사업비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또 경북도는 내년부터 3년동안 23개 시.군의 중심지에 월드컵 기념 시민공원을조성키로 발표했으나 예산 뒷받침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시도 장안구 화서동 숙지산공원을 월드컵공원으로 꾸밀 계획을 세웠지만 지방비 10억원 확보 방안만 마련해 국비 98억원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예상된다. 이밖에 충남도는 한국 축구대학 유치와 여성축구단 및 유소년축구단 창단 등을공약으로 내놓았으나 상당한 시일과 예산이 필요해 사업 추진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북대 정희석(鄭熙錫.40)교수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요란스럽게 외형만으로 기념화하려는 발상은 금물"이라며 "포스트 월드컵은 인재 육성과 수출 및 국제교류 확대, 관광업 육성, 자원봉사 및 친절문화 정착 등 다양한 방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