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7:16
수정2006.04.02 17:19
브라질의 우승을 끝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각지에서 열렸던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막을 내렸다.
전통문화와 첨단 IT(정보기술)가 접목된 개막식 행사에 이어 열린 경기에서 지난 98년 대회의 우승팀인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신예 세네갈에 무너지면서 이변이 예고됐지만,이번 월드컵은 세계인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팀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아시아 국가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한 우리 한국 축구팀의 쾌거는 편파적 판정을 탓하는 패자들의 궁색한 해프닝이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중심으로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감동스토리는 오래 전에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만화 시리즈 '까치와 외인구단'을 연상케 한다.
이변과 반전으로 이어진 이번 월드컵의 명승부들.누가 이처럼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세계 4위에 오른 우리 한국 축구팀의 놀라운 투혼은 'Be The Reds' 티셔츠를 입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면서도 질서를 잃지 않은 수백만 붉은 악마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우리 민족의 저력과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이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구호와 축제 분위기는 IMF 외환위기,극렬했던 노사분규 등 세계인들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던 부정적인 코리아의 이미지들을 말끔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이미지의 업그레이드는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소득인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실린 '멋진 한국(Cool Korea)'이라는 제목의 커버 스토리다.
7쪽에 달하는 이 기사에서 한국은 불과 수년만에 IMF 관리체제를 완전히 벗어나고,외환보유고 1천1백24억달러로 세계 4위를 자랑하면서 월드컵의 열기를 즐기는 개발도상국들의 모델로 그려지고 있다.
전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의 55%를 장악하고,음악과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도 독창성을 발휘하는 '한국은 멋지다(Korea is cool)'는 것이다.
이 기사와 관련지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 초부터 바로 '멋진 영국(Cool Britain)'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걸었던 것이 생각난다.
따라서 미국의 언론이 우리나라를 '멋진 나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외국인들이 '디자인이 좋아서 한국상품을 선택한다'는 응답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외국무역관을 통해 한국상품의 구매동기를 물었더니 놀랍게도 응답자의 20%가 디자인을 꼽았다고 한다.
이는 곧 한국상품이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라,디자인이 앞서는 고급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문화의 확산에 대응해 우리 기업이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자인 개발에 적극 투자해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우수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어느 영국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The Great Republic of Korea'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상을 조속히 정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월드컵 기간 중 보여 준 한국의 독특한 문화는 세계인들의 호기심과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으므로 이를 한국 고유의 디자인으로 개발해 상품개발,마케팅 등에 활용한다면 경제적인 실익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표나 기업을 앞세운 마케팅과 함께 역동적인 국가이미지가 뒷받침되면 시장 파괴력은 엄청나게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제 업그레이드 된 국가이미지를 바탕으로 고유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당당히 나서야 할 때다.
ceo@ki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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