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9일 모처럼 민생과 경제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최근 금융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는 환율문제에 대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하면서 외환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두 당은 또 원·달러환율의 급락세와 관련,한 목소리로 한국은행 등 경제부처를 질타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수출이 부진해지면 월드컵 4강 진출을 계기로 애써 형성된 국운 융성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게 자명하다"면서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민주당 강운태 전 제2정조위원장은 "한국은행의 자승자박"이라며 한은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강 전 위원장은 "9백억달러가 우리의 적정 외환보유 규모라고 한 박승 한은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더 이상 달러구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인을 시장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한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요구했다. 같은 당 박병윤 전 정책위의장도 "환율하락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제2의 외환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외채를 조기상환하는 등 정부개입을 통해 달러당 1천2백50원대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중소기협중앙회장을 지낸 박상희 의원은 "성장위주 정책의 부작용이 환율문제로 나타난 것"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현 정부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경기부양에만 몰두한 나머지 금융·기업·공공 등 4대 부문 개혁은 전혀 손대지 않았으며,이것이 환율하락이라는 거품이 생긴 주된 원인"이라면서 "'문민정부'때는 고금리가 문제였는데 '국민의 정부'는 저금리로 엄청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이한구 의원은 환율하락의 원인이 '원화강세'가 아닌 '달러약세'에 있다며 "우리의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제시했다. 민주당의 김효석 제2정조위원장도 "화폐가치가 약세인 국가치고 경제가 강한 국가는 없다"고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