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아車 파업 '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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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파업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아차 노사 양측은 9일 화성공장에서 제14차 교섭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임금뿐만 아니라 단체협상까지 걸려있다.
노조는 징계위 노사동수 구성을 비롯해 영업지점 증설이나 공장 이전시 노조와 합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측 입장에선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첨예하게 맞서는 이번 협상에서는 보다 많은 임금(근로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하는 노조나 제품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신경을 쓰는 회사측이나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아차의 경우 노조의 쟁의행위 결의이후 일정기간 파업이 현실화된 뒤 노사협상이 본격화됐다.
파업행위 자체를 일종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그러나 굳이 회사측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막대하다.
계약고객들의 불편도 무시할 수 없다.
또 기아는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배당여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주주나 종업원에게 경영수익을 돌려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노사관계 불안으로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더구나 기아는 수출주도형 사업구조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들 빅3가 연초부터 미국시장에서 무이자할부 판매를 단행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아가 지금은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빅3와의 출혈경쟁에서 잘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자동차업계라지만 수천억원 정도의 이익은 한순간에 까먹을 수도 있다.
지난 1999년 대우차 인수를 추진하던 포드는 사내에 2백5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갖고 있었지만 타이어 리콜사태와 미국경제의 불황으로 유보금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렸다.
기아차 노사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보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창출하는데 힘써줬으면 한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