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회계처리로 실적과 관련한 "거품" 시비를 사전에 걷어내고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세계기준)라고 떠들어오던 미국 간판기업들이 매출 부풀리기 등 부정회계 사실이 들통나 주가가 잇따라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대한 반사작용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회계 불신이 높아지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경영 투명성이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매출반영이 엄격한 기업='지난해 매출 1천2백46억원,올해 매출 3백48억원.' 대신경제연구소가 추정하고 있는 옥션의 올해 매출규모다. 수치상으로는 올해 매출이 작년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정반대다. 지난해까지 전자상거래 상품 거래액을 모두 매출에 반영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거래중개 수수료만 매출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을 엄격하게 반영하기 위해 미국 모기업인 이베이와 같은 회계기준을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원증권 구창근 애널리스트는 ?실제로는 실적이 좋아져 올 2·4분기 영업흑자 전환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존디지털웨어는 경영회계 전문 SW(소프트웨어) 판매액의 60%만을 매출로 잡고 있다. 나머지 40%는 처음부터 실제 영업을 담당하는 전국 25개 지사의 매출로 넘겨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0% 내외에 이르는 것은 이같이 매출의 '거품'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연구소는 백신프로그램 판매 입금액 중 50%만 당월 매출에 반영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다음달부터 1년간에 걸쳐 분산 처리하고 있다. 백신프로그램 판매는 보통 1년간의 유지보수 용역을 포함하는 조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달 실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기 위해 이같이 처리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연구개발비는 즉시 처리=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비 전액을 월간 단위로 비용처리하고 있다. 통상 5년동안 감가상각해 가는 벤처기업의 처리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해외 게임연구개발비 4백70억원을 한꺼번에 비용처리,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매출액의 7∼8%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앞으로도 즉시 비용으로 털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맥스는 지난해 발생한 연구개발비 1백50억원을 모두 비용으로 잡았으며 안철수연구소도 매년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처리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