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아남반도체를 인수키로 한 것은 비메모리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업체인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각각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반도체설계회사의 요구대로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김주진 아남반도체 회장과 이 사업을 키우려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생산과 영업을 통합할 경우 파운드리업계 4위로 떠올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제 동부그룹은 반도체사업을 중심으로 대변신의 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 난국돌파의 묘수 아남반도체는 지난해 2천56억원의 매출액에 2천2백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1.4분기중 90억원의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파운드리시장에서 독자적으로 투자를 지속해 나갈 여력을 상실한 상태다. 주거래처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는 회로선폭을 0.13㎛(마이크론.1백만분의 1m)수준으로 줄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설비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남의 대주주인 김주진 회장은 안정적인 패키징사업에 주력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인수대상을 찾아 왔다. 동부전자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공장가동을 시작했지만 반도체 불황이 겹쳐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웨이퍼가공능력이 현재 월5천장수준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월2만장수준까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을 국내은행들로부터 지원받기로 했지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외자유치와 거래처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동부로서는 이러던 차에 차라리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금조달상의 난국을 돌파한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등 국내의 채권단과 도시바 TI 등 양사의 거래업체들도 두 회사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향후 전망 아남.동부 연합군은 대만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 4위에 올라 투자와 생산 영업면에서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설비가 노후한 아남반도체는 0.35~0.18㎛ 제품에 주력하고 신설업체인 동부전자는 0.18㎛, 0.13㎛, 0.09㎛ 등 첨단제품에 주력하기로 대체적인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동부전자는 자연스럽게 첨단기술제품생산을 요구해 왔던 TI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업계 2위인 도시바와 5위인 TI와의 거래를 더욱 넓혀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동부전자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동부전자의 해외자금 조달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동부는 하반기중에 CSFB를 주간사로 3억5천만달러규모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월4만5천장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쳐 실질적인 월생산량은 올해 3만5천장에서 내년 7만5천장, 2004년에는 12만장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동부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자금조달과 관련, 동부는 동부건설 등의 여유자금이 충분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성택.김홍열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