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연일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2000년 12월 이후 19개월 만에 1천1백원대를 기록하면서 원화 가치가 연초대비 9.3%나 절상됐다. 이러한 달러화 약세는 비단 우리 나라의 원화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일본 엔화와 유럽연합(EU) 유로화의 경우 달러화에 대해 10% 정도,그리고 대만 태국 등 동아시아 신흥시장통화들도 4∼6% 정도 평가절상됐다. 지난 4월초까지만 해도 1천3백원대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로 반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달러화 약세요인과 원화 강세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달러화의 약세 배경은 외환시장의 관심이 일본 금융불안에서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옮겨간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금융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집중 조명되었으나,결산 이후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문제와 증시불안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반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론 월드컴 머크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문제가 미국의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국제자본들이 미국을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는 요인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와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들 수 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돼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경기도 내수 호조와 수출 증대에 힘입어 올해 6%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화강세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여기에다 금융·산업의 구조개혁 결과로 국내시장이 여타 신흥시장과 차별화되면서 포트폴리오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원화강세 현상은 수입가격의 하락을 통해 국내물가를 안정시키고,중장기적인 투자자본을 유인하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동반한다. 다행히 엔 유로 등 주요 통화의 가치가 동반상승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지만,중국 위안화가 달러화에 연동돼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입비중이 10%에 달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 것이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달러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원·달러 환율 역시 급격한 하락세는 멈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경제의 실물부문이 여전히 견조한 소비수요와 생산활동을 배경으로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경제의 성장동력인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돼 조만간 기업의 수익성 제고-고용 확대-설비투자 증가의 선순환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미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증시 침체는 감독기관과 기업들의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한 개혁 노력으로 해결될 것이며,미국 증시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당수의 증시전문가들이 회계 스캔들 이후 도래할 기업수익 개선,경기 회복 등을 감안해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 감세정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로 세수가 늘어 재정수지 적자로 인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저하문제는 멀지 않아 불식될 전망이다. 또한 9월 반기결산을 앞두고 일본경제 회복의 아킬레스건인 금융권의 부실채권문제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달러화의 강세회복 전망을 뒷받침한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순환과 연관시켜 보더라도 달러화 강세 재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의 경기순환이 유럽과 일본의 경기사이클을 6개월 정도 선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올 연말께에는 미국경제가 경기순환적 요인에 의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달러화가 강세기조로 재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wchung@kif.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