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말이 일상화 됐을 정도로 법 경시풍조가 만연돼 있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 국민들의 준법정신이 유별나게 희박해서라기 보다는 정부의 법 집행이 자의적이고 엄정성을 결여함에 따라 상당부분 정부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엊그제 갑자기 발표된 도로교통사범 대사면 조치 역시 이러한 법 경시풍조의 확산에 기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대화합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법규위반자에 대한 사면이 화합을 가져올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주위에는 법규위반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적발되더라도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보면 구제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터에 정부가 앞장서 법질서와 행정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교통사범에 대한 정부의 원칙없는 대응만이 아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산업현장의 법질서를 세울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지난 9일 경제5단체장들도 지적했듯이 월드컵4강을 경제4강으로 이어가려면 노사관계 안정이 최대의 관건인데 지금처럼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경제도약은커녕,애써 쌓아온 경제기반마저 무너질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사업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운 관행을 하루속히 시정해야 한다. 아무리 불법 파업으로 회사측에 피해를 줘도 일단 파업만 철회하면 모든 불법이 용서되고 책임이 면제되다 보니 원천적으로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해고자 복직문제와 고소·고발 취하 문제가 노사협상에서 계속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경우만 해도 장기파업이 타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회사측이 노조원들의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사업장의 법질서 확립이 기업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현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특히 산업현장의 불법파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법질서 확립은 긴요하다.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직사회나 국민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월드컵 효과를 선진경제 진입으로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