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한 어망 때문에 군 작전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생계 터전인 바다에서 어망을 치고 고기잡는 일을 문제 삼으면 도대체 어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북한군이 서해도발을 자행한 지 열이틀째인 10일 김동신 국방장관이 연평도를 찾았다.


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서해교전이 일어났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서해교전때 침몰한 고속경비정과 동급인 참수리 365호정을 타고 교전현장으로 향하는 선상에서 김 장관을 수행한 군 고위 관계자들은 어민들이 쳐놓은 어망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조업구역내 어망을 가리키며 "얼마나 많은 어망들이 쳐 있는지를 봐라"며 "낮에는 그래도 육안으로 식별이 돼 피해다닐 수 있지만 야간에는 속수무책"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그깟 어망 때문에 함정이 작전을 수행 못한다고 하면 국민들은 이해못하겠지만 어망에 한번 걸리면 그 배는 끝장"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실제 이번 서해교전때 어민들이 쳐놓은 어망 때문에 초계함이 교전현장에 늦게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던 김 장관도 "막상 현장에 와보니 해군의 작전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심지어 "우리 군은 2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나의 적은 물론 북한이며 또 다른 적은 불법 어로활동과 어망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교전 현장을 둘러보고 연평도로 돌아오기 위해 갈아탄 행정선(船)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수십년간 해온 어로작업이 서해교전의 원인이 됐고 교전 당시 어망들이 군 작전에 지장을 준 것처럼 비쳐진다면 어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직접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물론 불법 어로활동과 어망설치는 비난받아야겠지만 합법적으로 어로활동을 하는 대다수 어민들까지 도매금으로 넘겨선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해도발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군과 어민들 사이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연평도=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