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현대 삼성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22억원의 금품을 받은데다 전·현직 국정원장에게서도 3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김종빈 검사장)는 홍업씨가 기업체들로부터 청탁 명목의 돈 25억8천만원(알선수재 혐의)과 대기업으로부터 대가성 없는 증여 명목의 돈 22억원(조세포탈 혐의) 등 모두 47억8천만원을 받았다고 10일 발표했다. 검찰은 홍업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이날 구속 기소했다.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검찰에 따르면 홍업씨는 지난 98년 7월부터 2000년 5월까지 현대그룹으로부터 16억원,2000년 3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로부터 5억원 등 총 22억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홍업씨는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아 5억8천만원의 세금을 안낸 것으로 드러났다. 홍업씨는 고교동기인 김성환씨,유진걸씨 등과 공모해 99년 4월 S건설 전모 회장으로부터 신속히 화의 인가를 받아달라는 명목으로 13억원을 받았다. 대학후배인 이거성씨(P프로모션 대표)와 함께 2000년 12월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무역금융 사기 사건에 대한 선처 명목으로 7억5천만원을 받았다. 2000년 1월에는 S건설 전모 회장으로부터 화의를 위한 채권금융단의 부채 탕감을 부탁받고 사례비 명목으로 1억4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업씨는 2000년 2월 친분이 두터운 S판지 유모 부사장으로부터 국세청 모범납세자로 추천되었으니 훈격이 높은 상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김성환씨와 공모해 M피자 특별세무조사 선처 명목으로 1억7천만원,6월에는 평창종건 신용보증서 발급과 관련해 1억원짜리 약속어음 1장을 받았다. ◆국정원 자금·대선 잔여금=검찰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신건 현 원장이 99년부터 작년까지 홍업씨에게 떡값 명목으로 각각 2천5백여만원과 1천여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중 99년 1월14일 6백만원,2000년 6월12일 3백만원,2001년 2월28일 1천만원 등 1천9백만원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명절 휴가비 명목으로,2001년 5월10일 수십만원,2001년 5월21일 8백여만원 등은 신건 원장이 용돈 명목으로 각각 홍업씨에게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남은 과제=홍업씨의 돈을 세탁한 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의 '국정원 돈 5억,후광돈 확인' 메모는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또 전·현직 국정원장이 홍업씨에게 건넨 돈의 출처가 의문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돈이 아니라 개인 돈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당분간 수사팀을 유지한 채 특검에서 넘겨 받은 사건 중 해결하지 못한 김대웅 광주고검장 수사정보 누설건을 해결하고 홍업씨와 관련된 남은 의혹들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