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국무회의에서 "매입한 뒤 기념관으로 보존하겠다"고 결정했던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가(遺家)는 이미 12년전 교포 기업인이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인터불고호텔 등 국내외에 20여개 계열사를 둔 인터불고(IB)그룹은 10일 "안 선생의 유가는 권영호 그룹 회장(60)이 지난 90년 자비로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스페인에서 원양업체를 운영하던 권 회장은 안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20여년을 살았고 부인 로리타 안 여사가 살고 있는 마요르카섬의 생가를 집주인이 매물로 내놓아 안 선생의 자취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재 12만6천달러를 들여 매입했다. 권 회장은 13만달러를 더 들여 대대적으로 수리한 뒤 기념관 보존 등의 조건을 붙여 정부에 기증했다. 권 회장은 이같은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국무회의때 유럽 순방결과를 설명하면서 안익태 기념관 사업화방안을 제안했고 이한동 국무총리는 실무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IB그룹 관계자는 "정부에 기증한 재산을 또다시 정부가 사들이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