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히딩크 광고"로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룩하면서 진짜 재미를 본 곳은 삼성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히딩크광고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같은 인기도를 광고효과와 연결해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삼성카드는 무려 1조원 이상의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제일기획). 특히 월드컵개막을 앞두고 삼성카드가 히든카드로 던진 "히딩크,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카피는 1개 회사의 광고문구 차원을 넘어 첫승과 16강,8강,4강진출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대히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 국민캠페인,"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삼성카드가 히딩크광고를 처음 내보낸 것은 작년 7월이었다. 히딩크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을 5대0으로 꺾은 네덜란드감독이었다는 것외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를 찍었다. 당시 광고는 월드컵경기장을 배경으로 찍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단 하나의 카드는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Just One 삼성카드"란 문구로 이어진 이 광고는 히딩크가 힘찬 광고라고 자평한 것과 달리,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유는 히딩크가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유럽전지 훈련중에 가진 평가전 등에서 연전연패하면서 히딩크회의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 그러나 상황은 5월중순 들어서면서 1백80도 달라졌다. 월드컵개막을 앞두고 축구열기가 치솟는 때에 맞춰 히딩크사단은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스코틀랜드전 완승(4대1승) 잉글랜드전 무승부(1대1) 프랑스전 선전(2대3)등이 이어지면서 히딩크의 인기는 발화점에 다다랐다. 바로 이 때 등장한 것이 삼성카드BM팀(브랜드 매니지먼트팀)의 명작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였다. 이 카피는 광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명카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광고업계는 보고 있다. 월드컵개막을 앞두고 부풀어 오른 승리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한곳으로 집중케 한 명문구라는 것이다. 상품광고에 치우치지 않은 것도 전국적인 인기를 모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 발빠른 대응,우뚝솟은 성과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승리를 이어가자 삼성카드 김일주 BM팀장을 비롯한 그의 팀원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로는 16강전에 진출한 감격을 다담아내지 못한다고 판단,카피에 변화를 줬다. 밤샘회의와 토론끝에 내놓은 것이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당신! 당신은 해냈습니다.끝까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였다. 히딩크와 태극전사는 이탈리아를 꺾었고 여세를 몰아 8강전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마저 침몰시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실 BM팀은 한국팀이 이탈리아를 이기지 못하고 16강에서 주저앉을 것에 대비해 "히딩크,선수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준비하기도 했다. 1대0으로 지고 있던 후반 43분께에는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감사합니다"광고필름을 언론사에 돌리기도 했다. BM팀원들은 "본선 토너먼트가 있을 때마다 두개의 다른 광고를 대기시켜 놓았다"며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갔을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필름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 과감한 모델기용,차별화 성공 히딩크를 모델로 기용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예상성적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표팀감독과 광고계약을 맺은 것은 일종의 도박.성적이 형편없을 경우 감독뿐 아니라 그를 모델로 쓴 기업체도 욕먹기 마련.그러나 삼성카드는 과감하게 히딩크를 모델로 기용했다. 사내외적으로 찬반논란이 많았으나 경영진이 결단을 내려 계약을 맺었다. 당시 동종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모험을 했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히딩크의 기용은 특히 톱탤런트들이 카드광고에 득세하던 당시의 추세와 다른 것이었다. 차별화된 광고가 필요하다는 내부결론에 따라 탤런트를 버리고 히딩크를 택했다. 김일주 팀장은 "1년간 계약기간중 11개월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6월 한달은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