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萬洙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지난 토요일부터 은행은 올해 5월에 타결된 노사협상에 따라 문을 닫았다. 신문과 방송들은 모두들 '큰 혼란 없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문을 연 거점점포들도 한산했다면서 앞으로는 완전휴무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에서 은행에 대해 토요휴무의 중단을 촉구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토요일에 문을 안 여는 은행에 대해서는 거래를 중단하고 문을 여는 농협이나 외국계 은행으로 가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합의가 무산되자 정부가 나서 올해 7월부터 공무원과 금융보험업,1천명 이상 대기업에 대해 먼저 시행하고,2010년까지 4단계에 걸쳐 전 사업장에서 실시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고 하다가 흐지부지되는가 했다. 경영자 측에서는 당초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선진국에 없는 월차휴가 12일과 여성생리휴가 12일을 폐지하더라도 회사·노조 창립일,하계 특별휴가,경조사 휴가 등 약정휴가 10일을 그대로 두면 연간 휴가일수가 1백41∼1백51일이 돼 휴가가 가장 많은 미국과 프랑스보다 더 많아진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주5일 근무제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의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많은 선진국이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1988년에 도입해 10년간의 단계적인 조치를 거쳐 1999년부터 전면 실시됐다. 제조업에서부터 먼저 시작했고 공공부문과 금융업은 따라갔다. 지난 4월 공무원들이 넷째주 토요일 휴무를 '시험실시'하고 지난주부터 은행이 전면 토요휴무에 따라갔다. 모두들 주5일 근무제는 시기가 문제이지 조만간 도입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없는 월차 및 생리휴가와 토요일 급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진행돼 왔다. 토요휴무의 목적이 일자리 나누기인지,삶의 질 향상인지,아니면 소비촉진인지 분명치 않았다. 인력수급이나 대외경쟁력과 국제수지에 대한 영향의 분석이나,2일간의 주말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의 준비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 모든 시중은행들이 토요휴무에 들어갔으니 문제들은 문제로 남겨두고,법도 개정하지 않고 합의도 없이 우리는 주5일 근무제 속에 떠밀려 왔다. 이미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야단이지만 목소리에는 왠지 힘이 빠졌다. 절대다수인 근로자들이 토요휴무를 찬성하고 있는데 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느 장사가 막겠는가. 자유민주주의 헌법은 목적의 타당성보다 절차와 방법의 정당성을 더 중요시하고 소수의 의견도 무시되지 않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헌법도 절차에 관한 규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영장발부나 구속적부심과 같은 절차규정이 실체규정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소상하게 규정돼 있다. 절차와 방법의 존중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다. 경제단체들이 토요휴무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미 공무원과 은행원이 주5일 근무에 들어간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대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노사간의 합의도 없고 법도 개정되지 않았는데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들이 앞장서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 같고,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본분인 은행이 단체협상을 통해 모두 토요일에 문을 닫는 것은 하나의 '담합에 의한 불공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주인'인 국민은 일하는데 '머슴'인 공무원들이 노는 것이 겸연쩍었던지 '시험실시'라고 둘러대니 놀면 놀았지 무엇이 어렵다고 '시험'까지 치는지 어딘가 우스워 보인다. 은행은 '시험'도 안치고 오는 고객을 단번에 내치니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면 아무래도 만용이라 생각되고,'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꼭두각시 놀음'이었다면 무엇인가 기만 같아 보인다. 이래도 잘못이요 저래도 틀리고,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경제단체들이 안 되는 줄 알면서 토요휴무에 '거래 끊겠다'고 대항하고 나선 것은 정부와 은행이 노조보다 앞장서는 것이 괘씸해서 해 본 소리라고 했다.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말 같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