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에 강수를 단행, 1,170원을 위협하던 환율을 1,180원대로 강하게 끌어올렸다. 시장은 일대 혼란을 거듭했다. 보유달러를 적극 처분하던 시장 참가자들은 급하게 달러되사기(숏커버)로 돌아서는 등 정부의 개입전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117엔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정부가 추가로 어느정도 강한 의지를 표출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장세로 돌변했다. 1,180원을 놓고 정부와 물량간의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00원 오른 1,181.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중 고점은 1,183.50원, 저점은 1,171.50원으로 무려 12.00원이 이동했다. 개장초부터 강한 달러매도 공세에 직면한 환율은 20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재정경제부도 이날 '최근의 경제동향'을 통해 미국 달러화가 분식회계 사건, 경상적자 누적 등 구조적인 이유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전윤철 부총리가 이날 중국전문가 포럼에서 환율 하락과 관련,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있지 않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한 데 이어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이 "외환시장 불안이 지나치다고 본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충분히 확인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언급, 환율은 급히 방향을 틀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가 칼을 빼 들면서 구두개입에 이어 3억달러 이상 물량을 흡수한 것 같다"며 "달러매도초과(숏)상태의 세력들은 한 순간에 엎어지면서 급하게 커버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단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며 오후에도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며 "1,185원 이상 오르면 물량이 나올 것 같고 마감은 정부가 1,180원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1,180원 위에서도 강한 달러사자(비드)주문이 나오고 있으며 1,183원선에서는 신규물량이 나왔다"며 "경계감이 강하게 형성됐으며 정부가 꽤 많은 물량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외에서도 커버수요가 추가로 나올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나 낙폭대비 반등폭이 커서 물량공급에 상당히 매력을 가질 것"이라며 "오후에도 정부개입의 강도와 지속성 여부에 따라 눈치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보다 0.90원 낮은 1,178.50원을 개장가로 형성한 환율은 차츰 낙폭을 확대했으며 달러되팔기(롱스탑)장세가 연출되며 11시 12분경 1,171.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지난 2000년 11월 22일 장중 1,160.5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자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것. 그러나 정부의 구두개입에 이은 직접개입설로 환율은 강하게 반등, 상승반전을 넘어 11시 35분경 1,181.50원까지 강하게 치솟았다. 23분여동안 무려 10원이나 오른 셈. 이후 물량에 약간 되밀리며 1,179원선으로 내려섰던 환율은 재차 오름세를 가속화, 11시 50분경 1,183.50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물량 공급에 소폭 반락했다. 전날 뉴욕에서 증시 급락세 연장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117.61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에서 보합권을 주로 거닐었다. 개장초 반등세를 보이던 달러/엔은 매물벽에 되밀려 117.50엔대로 밀렸다가 소폭 반등, 낮 12시 7분 현재 117.75엔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64억원, 69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