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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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와 살아있는 역사를 보는 곳이 동굴이다.
그래서 동굴은 항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게 마련이다.
태초에 우리 인간은 비·바람을 피해 굴속에서 살았고 그 곳에 흔적을 남겼다.
소가 그려진 알타미라벽화나 중국 주구점(周口店)에서 발견된 '베이징인' 두개골 등이 다 그런 것들이다.
연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도양 연안 블룸보스 동굴에서 7만여년전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추상화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유서 깊은 동굴이 발굴될 때마다 인류의 역사는 다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고고학자와 역사학자 지질학자들이 다투어 동굴탐사에 나서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미지의 베일을 벗기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처음에는 막연한 모험심으로 시작했지만 19세기 중엽에 들어서는 동굴생물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탐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동굴에 관해 총체적인 연구를 하는 동굴학(speleology)이 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서서히 관심을 보이다 1953년에야 비로소 파리에서 국제동굴학회가 열렸는데 오늘날에는 각국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충북 경북 등 전국 각지에 동굴이 산재한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 이후 부쩍 동굴에 대한 열기가 높아져 많은 탐사보고서가 발표되고 있으며 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때마침 환선굴 대이굴 등 55개의 동굴을 보유해 '동굴의 도시'로 불리는 삼척시가 엊그제 세계 최초로 '2002 세계동굴박람회'를 개막했다.
이집트 이탈리아 중국 등 20개국에서 29개 도시가 참가,8월10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모형동굴과 서식동물이 총 출품돼 눈요깃거리도 충분하다.
억겁의 신비를 가진 동굴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수 많은 비밀을 안고 있다.
그 비밀의 꺼풀을 벗기는 것은 다름 아닌 인류의 삶을 밝혀내는 일이다.
동굴은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지내고 톰소여가 모험하는 그런 차원이 아닌 인류가 살아 숨쉬는 장소여서 우리가 보존해야 할 의무도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