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가 내리려다 좌초..이태복 前복지 퇴임사 파문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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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인하 조치로 국내외 제약사 및 의료계와 심한 갈등을 빚은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됐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약값 인하에 관한 일체의 외부 입김을 배제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온 터여서 복지부 직원들은 이번 경질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이 전 장관이 오래가기 힘들다는 얘기가 최근 들어 간간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의약 분업' 최대 수혜자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급속하게 의약품 시장을 잠식하다가 이 전 장관이 약값 인하 조치를 강행,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줄기차게 청와대 등에 로비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복지수석을 거쳐 올 1월 취임한 이 전 장관은 '아직도 약값에는 거품이 많다' '거품을 걷어내 건강보험재정을 건전화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야전침대를 집무실에 놓고 서너달 동안 퇴근하지 않는 등 결연한 실천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 전 장관은 취임 전 외국의 통상 압력으로 백지화됐던 참조가격제(동일 약효군 약가의 평균 가중치를 기준으로 약가의 상한폭을 낮추는 제도) 등을 다시 추진했다.
또 특허기간이 만료된 외국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정해 약값을 낮추려는 사업도 추진했다.
모두 약값의 거품을 제거,건강보험재정을 건전화하려는 노력이었다.
이 전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드물게 개혁적인 장관'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제약업계 의료계 약사회 등은 물론 일부 복지부 실·국장들은 지나친 일방 통행이라며 반발해왔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의 반발은 통상마찰로 비화될 정도로 심했다.
실제로 최근 이 전 장관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주한 미국대사 등 모두 6차례나 외국 대사를 공식 면담했다.
이 전 장관은 11일 이임식에서 "보건 분야 과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안타깝고 비록 제약업계의 압력에 기인해 장관직을 내놓게 됐지만 보험 약값 제도의 개혁을 위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겨우 새로운 틀로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퇴임은 국민이나 한국의 복지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가 도와달라는 말만 했다"고 언급,경질될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었지만 청와대가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경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시민단체들은 제약사와 의료계의 반발이 이 전 장관의 물러나게 했고 정부의 의료정책 기조를 뒤흔들었다고 지적하면서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해결할 적임자인 이 전 장관의 교체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