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이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러시아가 정식 G8 회원국이 된 까닭을. 일반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정회원국이 될 수 없는 러시아다. 지난달 27일 캐나다 로키산맥의 깊은 산중에 모인 G7 정상들은 러시아를 풀멤버로 받아들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국제정치 문제에만 관여해왔다. 회담의 핵심인 세계경제 논의에는 끼지 못하는 하프멤버였다. 그래서 회담명칭도 G8이 아닌 'G7+1'이었다. 이제 러시아도 세계경제를 '감히' 논할 수 있게 됐다. 국내총생산(GDP) 2천8백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1천7백달러. 이 빈약한 경제력 탓에 러시아에는 '감히'라는 부사가 붙어야 한다. 러시아 GDP는 한국의 절반을 좀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은 5분의 1 수준이다. 비교는 이 정도로 끝내고 G7과는 견줘보지 말자. 러시아 자존심을 위해서. 미국 GDP(10조달러)의 35분의 1, 일본(4조2천억달러)의 15분의 1, 독일(2조3천억달러)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굳이 들춰내 러시아 체면을 구길 것까지는 없잖은가. 군사면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맞먹는 초강국이다. 이 덕에 1998년부터 G7+1의 '1'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변방의 작은 새'일 뿐이다. 러시아경제가 변방의 작은 새이지만, 부리에는 여의주가 달려 있다. 여의주는 검은 황금인 석유. 러시아의 하루 산유량은 세계전체의 10%쯤인 7백50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1,2위를 다툰다. 확인된 원유매장량은 4백86억배럴. 비(非)OPEC국가중 최대다. 비록 사우디(2천6백억배럴)의 5분의 1밖에 안되지만 미국(2백18억배럴)의 두배가 넘는다. 유가안정을 바라는 G7은 이런 러시아가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이라크침공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더욱 그렇다. 이라크공격시 유가폭등은 불가피하다. 이때 러시아가 석유를 증산, 유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뜻에서 러시아에 정회원국 감투를 씌워준게 분명하다. < lee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