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합도산법 보완할 점 .. 康泰榮 <이비즈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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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회사정리 화의 파산 등 3개 법률로 나눠 운영하던 도산관련법 통합법안 골자를 확정했다.
통합도산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처리절차의 단순화 △기존 기업주의 경영권 최대한 인정 △채권자 보호 강화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문제시됐던 3개 법률의 분리 운영에 따른 부작용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나,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을 놓고 볼 때 몇가지 보완해야 할 대목도 눈에 띈다.
먼저 법정관리나 화의인가 신청을 배제함으로써 정리절차를 단순화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주가 법원에 화의신청을 함으로써,책임을 회피하고 파산처리를 지연시키는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화의제도의 가장 큰 난점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간의 의견조정에 따른 처리시간 지연이었다.
가령 채무자는 화의를 신청하는데 채권자는 회사정리를 신청하는 경우, 관계자의 이해에 따라 어느 절차를 신청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혼란을 야기하며, 기업정리 절차의 지연,비용 증가 및 기업회생의 가능성을 감소시키게 된다.
특히 기업에 부실징후가 보일 경우 신속한 처리방향의 확정이 기업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도산법의 도입으로 이러한 부작용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부실기업이 회생절차를 밟거나 파산절차로 넘어가는 가장 큰 관건이 법원의 기업가치 실사인 만큼 이 실사작업의 객관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그 동안 부실기업의 경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경영권을 박탈하는 관행을 폐지, 기업인의 갱생의지를 높이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 일률적으로 기존 기업주들을 회생기업의 관리인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또 새로 관리인으로 임명된 자가 대부분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자'로 임명되다 보니 기업회생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와 전문성을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회생 절차의 목표가 기존 경영관행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주주.채권자 및 종업원의 이익을 회복하는 것이라면, 부실 사업주의 퇴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당 사업의 내용을 잘 안다고 해서 기존 사업주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한 가운데 기업회생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회사 외부로부터 관리인을 임명할 경우, 인센티브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스톡옵션제도의 도입, 전문적인 경영관리자 시장의 활성화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채권자 권리의 적극적인 보호 차원에서 기업회생 절차는 청산가치 이상의 금액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명문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담보채권자에게는 완전한 우선 변제권을 인정하도록 한 것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채권자 권익보호 조치들은 담보채권자 위주의 권익보호라는 점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담보채권자들은 흔히 은행 등 금융회사들로 구성돼 있어 채권변제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상거래 채권자로 구성된 무담보채권자들이다.
통합도산법이 이들의 채권변제에 대해서 별다른 보호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전체 채권자들의 권익 보호에 완벽을 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들 무담보채권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일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채권 회수는 당해 기업의 생존문제와도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성격이 판이한 회사정리법과 화의법이 별개로 운영돼온 것을 통합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존 법률의 통합운영이라는 형식적.절차적 사항의 보완에만 무게 중심을 둬서는 곤란하다.
관건은 부실징후 기업 중에서 회생가능성 높은 기업들을 어떻게 골라내고, 이들의 기업가치를 높여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회복하는가에 있다.
1982∼1998년 회사정리절차나 화의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정리절차가 성공적으로 종결된 회사 비율이 40%에 불과하다는 통계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번 통합도산법 적용으로 일본처럼 90%대에 근접하는 통계결과가 나올지 주목할 일이다.
< e-bizgrou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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