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이'가 본 삐걱거리는 세상..김원우 소설집 '객수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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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원우씨(56)가 7년 만에 중·단편 소설집 '객수산록(客愁散錄·문학동네,9천5백원)'을 펴냈다.
객수산록은 나그네의 여수를 흩어놓은 책이라는 뜻.1995년 이후 쓴 '반풍토설초(反風土說抄)''무병신음기(無病呻吟記)''신종 미개인일정(日程)' 등 중·단편 5편이 실려 있다.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듯 김씨는 염상섭과 채만식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문체로 우리 시대 부박한 삶을 날카롭게 묘파해왔다.
한없이 가벼웠던 90년대 문단에 장편 '모노가미의 새얼굴'을 던지며 무게 중심을 잡아주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김씨는 사회현실을 보는 '삐딱한' 눈과 현상 뒤의 본질을 캐내려는 '뚝심'으로 유명하다.
그의 고집스런 글쓰기는 지적 원숙함으로 빛을 발한다.
'출신이 워낙 한미한데다 일찌거니 자신의 그런 본바탕을 모질게 깨달아서 매사에 되놈처럼 처변불경(處變不警·변을 당해도 놀라지 않음),모르쇠처럼 겸구물설(箝口勿說·입닫고 말하지 않음)을 생활신조라기보다 성품 그 자체로 지니며 그냥저냥 살아오는 터이라 그따위 퇴출임박설쯤은 걱정 거리도 아니었다.'('객수산록' 중) 명예퇴직 대상인 은행지점장을 주인공으로 한 표제작 '객수산록'은 작가 지망생인 아내 한씨,물장사 이력이 있는 어머니 엄씨 등이 엮어내는 우리 시대 풍속화다.
'난민 하치장' 같은 이 땅의 삶에 대해 '사람은,가족은,특히나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밀쳐낸 나머지 뚝뚝 떨어져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나그네 세상의 나그네 길에는 객수의 휴지가 한순간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씨는 '나만 살고 너는 죽어라'는 식의 추악한 이기심도 고발한다.
절에 가서 자식의 대학 합격을 비는 행위도 내 곁의 보살 아들은 떨어져도 좋으니 내 자식은 붙여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것이 앉아 있는 이 현실은 무슨 설화의 세계 같다'며 '삐걱거리는 공존이 겉으로는 조화로워 보여도' 공동체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1946년 경남 진영 출생.김씨는 현재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