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문 삼성전기 사장(51)이 워밍업을 끝내고 무대로 나왔다. 강 사장은 14일 "품질경영을 통해 올해 5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품 회사의 경쟁력은 완벽한 품질"이라는 경영 철학을 피력하면서 "이를 위해 모든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에서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지난 2월 전격 발탁된 후 업무 파악이 안됐다는 것을 이유로 지금까지 언론 접촉을 피해온 그가 처음 내놓은 공식 멘트다. 취임 이래 외부에 드러난 삼성전기의 변화는 이형도 부회장 체제에서 9년간 변함없던 수원 본사가 더 밝게 리노베이션됐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강 사장은 그간 '세계 1등 품질 구축을 위한 시스템 가동'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한 작업을 해왔음을 털어놨다. 실제로 그가 취임한 이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강 사장은 완벽에 가까운 수율 달성을 목표로 지난 1월 선포한 '챌린지 99 운동'의 고삐를 이어받는데 그치지 않고 더욱 채찍을 가했다. 이전까지 경영전략회의에서 여러 안건 가운데 하나로 다뤄왔던 품질 문제를 독립회의로 떼어내 매달 직접 주관했다. 해외 9개 법인장과 품질관리 책임자도 시차에 관계없이 현지 회의실에 모여 전화를 통해 회의에 참여하도록 요구했다. 삼성전기는 국내 3개와 해외 9개 공장의 품질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글로벌 통합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올해안에 수율 99.9%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93개 공정중 지금까지 12개의 목표를 채웠다. 강 사장이 '삼성전자식 일등주의'를 삼성전기에 얼마나 빨리 이식시키고 남은 숙제를 해치울 수 있을지 재계는 지켜보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