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시대 경영기법] 제품 안전, 첨단경영이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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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법이 지난 1일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품질관리활동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함있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가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품질관리를 경영효율성 극대화의 주된 목표로 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PL시대'를 맞는 기업들의 부담은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66개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PL법 시행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기업이미지 저하' 가능성(51.5%)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불만 처리비(25.0%), PL 소송비(10.3%) 리콜비(4.4%) 등 각종 비용부담보다 순간적인 실수로 그동안 쌓아온 기업 신인도가 무너질수 있다는 점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CEO들은 보험가입(16.3%)이나 제품설명서 및 광고문안 수정(12.5%) 등 표면적인 대응보다 품질관리(63.8%)라는 원초적인 대응을 통해 PL의 파고를 헤쳐 나갈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분쟁조정기구의 설립이나 소비자 이해도 증진 등 사후 해결보다는 생산.판매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결함을 예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기업들은 그동안 첨단경영기법으로 앞다퉈 도입한 전사적자원관리(ERP) 협력업체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등 경영효율 시스템과 '6시그마' 등 품질경영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들 경영도구야말로 '결함률 제로' 목표를 실행, 고객만족을 달성하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안전제품의 개발.생산.관리를 통한 결함 예방(PLP) 활동 강화 등 전사적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정별 부품의 균일품질 관리를 겨냥한 6시그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모듈 부품의 설계 및 제조.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 걸쳐 품질경영 체제를 구축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오는 2005년까지 품질 개선과 원가 부담 최소화에 주력하고 2006년부터 독자 품질시스템 확립 및 무결점 달성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백화점업계는 PL법 도입으로 예상되는 제조사와의 계약관계, 각종 소송 등에 대한 문서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등 내부업무 시스템을 정비했다.
유통업체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TL&T(Trading Law & Technical)팀 구성 및 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HACCP) 적용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중이다.
협력업체와 관계강화도 필수적이다.
부품 등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조립 및 검사 기준서 점검 완성차 품질 검사 상세 기록과 함께 협력업체 품질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협력업체 및 OEM 업체의 현황파악 및 관리 강화를 통해 납품받는 품목들에서의 불량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고객만족 경영도 PL 파고를 헤쳐 나갈 주요 수단이다.
안전제품을 생산한다는 소비자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데다 설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원만한 처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불화장품은 품질 관리팀내에 PL 전담처리팀을 구성하고 고객상담실 등 CS센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LG패션은 가격표에 부착됐던 옷핀을 신체에 무해한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하는 등 생산공정뿐 아니라 PL보험 가입을 통해 소비자 불만 최소화를 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품이 물밀듯 밀려 오는 상황에서 세계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PL법 시행은 국제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며 "경영효율 극대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