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최근 잔점박이 물범이 죽었다. 사인을 밝히려고 부검한 결과 물범의 위장 속에서 동전 1백28개가 발견됐다. 얼마나 오랫동안 뱃속에 있었던지 동전 표면이 반질반질해졌다고 한다. 관람객들이 심심풀이로 던진 동전이 물범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3백60여종,3천3백여마리의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과천 서울대공원.동물들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된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수백종의 동물들이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KBS 환경스페셜은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을 1백일간 밀착 취재해 17일 오후 10시에 방송한다. 카메라는 관람객들에게 보여지는 전시실이 아니라 동물들의 주거처인 쇠창살 안을 비춘다. 동물들의 발은 시멘트 독 때문에 썩거나 곪는 경우가 많다. 시멘트 바닥 위에서 오래 생활하다 발을 완전히 잃기도 한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동물은 심한 탈모증을 앓고 있는 살쾡이.탈모의 원인은 비만이다. 뛰어다닐 여유가 없는 좁은 공간이 동물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좁은 철장 속에서 생활하며 서서히 본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미들은 이질적인 기후와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새끼들을 버리거나 먹어버린다. 사육사들이 길러낸 동물들은 자신의 종족을 피하고 오히려 사람을 따르기도 한다. 원래 자연상태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유럽 불곰은 좁은 공간에 혹사당하면 하루 종일 토하고 토사물을 다시 먹는 기이한 행동을 반복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곰을 끊임없이 토하게 하는 것이다. 동물원이 이제는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미래로 이어주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게 제작진의 의견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