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악마가 정치문화 바꾼다 ]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동안 '붉은 악마'의 자발적인 응원은 전국에서 7백만명 이상을 동원, 세계인의 시선을 모았다. 민주주의를 운영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기 위한 자발적인 참여를 자제해 왔다. 대신 특정집단의 정점에 있는 자의 의도에 의해 대중이 동원되었다. 이로 인해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지원하는 형태의 정치참여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나 '붉은 악마' 현상은 특정집단의 지도자에 의해 동원되거나 물질적 보상를 바라고 모여드는 대중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도 이처럼 성 학벌 연령 직업을 뛰어넘는 회원 중심의 자발적 결사체가 결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붉은 악마'는 정치조직도 아니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곤란하다. 하지만 자율적인 조직운영을 경험해 본 회원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면 음성적인 정치자금에 의존해 오던 권위주의적인 정치문화의 저변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