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 환자를 치료하는 의대 교수가 '삭발'했다. 국내 탈모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경희의료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45)가 주인공으로 탈모환자만의 고통을 직접 느끼고 환자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해 두달 전 머리를 밀어버린 것이다. 심 교수는 탈모환자들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이상의 아픔,즉 주위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고통으로 자신감까지 상실하고 있음을 절감했다. 의사인 자신에게조차 마음의 문을 다 열지 않는 느낌을 가진 것도 여러번이었다. 올해초 한 젊은 환자가 상담하다 대성통곡하는 것을 보고 심 교수는 그들의 심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삭발을 결심했고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삭발한 지 두달이 넘었지만 심 교수의 머리카락 길이는 1.5㎝다. 삭발 이후 환자들은 물론 동료들도 "왜 그랬느냐.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의사는 단지 치료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심 교수는 "어차피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살아야 하는 의사로서 어떤 방식이든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겠느냐"며 환히 웃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