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박람회 유치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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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대로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검토도 안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해양수산부 기획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최근 기획예산처가 해양부의 내년 예산요구안 중 '여수 해양세계박람회'지원과 관련된 요구를 개최지가 결정되는 12월3일까지 아예 보류키로 결정하자 난색을 표명했다.
예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부처 예산은 보통 11월까지 결정됐던 상황에 비춰 개최지가 결정되면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얘기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예비비로 책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규모도 적은데다 향후 타부처와 조정과정에서 어떻게 변경될지 예측하기 힘들어 답답하다는 하소연이다.
해양부의 전전긍긍은 몇달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박람회사무국(BIE) 실사단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직후 APEC(아·태경제협력체) 해양장관 회의까지 열어 세계박람회 유치 가능성을 높였다.
그래서 내년 세계박람회 예산을 지난해 52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2백7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해양부의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달 25일 BIE집행위원회는 전남 여수가 교통·숙박시설 등 인프라면에서 경쟁도시인 중국 상하이나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뒤진다는 실사결과를 통보했다.
기획예산처 입장도 비슷하다.
기획예산처 예산실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을 감안하면 여수 유치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해양부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어 관련 예산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해양부는 기획예산처 결정에도 불구하고 9월2일 국회에 예산안이 제출되기 전까지 세계박람회 예산을 최대한 반영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해양부는 2010년 세계박람회의 생산유발 효과를 16조8천억원 정도로 계산하고 월드컵에 이어 국운을 다시 한번 끌어 올릴 기회라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민관이 하나돼 열심히 뛰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예산처가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김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해양부의 바람이다.
임상택 사회부 기자 limst@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