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가 몇 시간 동안 말을 잃고 앉아 있은 적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의 사법처리에 대한 심경'을 묻자 "과거 야당생활을 하면서 다섯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6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으며 30년 내외의 연금과 망명, 감시하에 살아왔다"면서 "그러나 어느 경우도 지금같이 참담한 심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 대통령은 과거 야당시절을 회고하며 "사형선고가 내려져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릴 때도 그 자체는 고통이었지만 마음은 떳떳했다"며 "지금은 그 떳떳함조차 없고 내 일생에서 지금처럼 참혹한 시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홍업씨가 구속된 직후 월드컵 축구경기를 관전하러 갈 때를 회고하며 "발이 천근처럼 무거웠으며 대통령이니 할 수 없이 손을 흔들면서도 참으로 얼굴을 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들의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저희 자식들에 대해 법이 진실을 밝혀서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데 조금의 이의도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또 "두 아들 구속이 부패척결에 도움이 된다면 1만분의 1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남 김홍일 의원의 거취에 대해선 "국회의원은 선거구민들이 선출했기 때문에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