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15일 진승현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에 대해 징역 3년 및 추징금 5천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 진승현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수사기록에 비춰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들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진승현의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설령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알선이나 청탁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권 전 고문은 최후진술에서 "저는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국정원 등과 악연이 많았으며, (이들 기관으로 부터의) 많은 회유를 물리치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왔다"며 "저는 한보사건때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고를 치른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진승현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늘과 가족과 자손들의 명예를 걸고 그러한 돈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재판부가 누명을 벗겨줘 분명히 죄가 없다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공판에서는 진승현씨 돈이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특수사업비'로 흘러들어갔고, 국정원은 진씨 등 특수사업비를 제공한 사업가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성홍 전 과장은 이날 권 전 고문에 대한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 이같이 말한 뒤 "진승현은 우리(국정원)가 끌어들였다. 나쁘게 말하면 이용했고, 그래서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권 전 고문에게 연결시켜주려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과장은 '특수사업비'가 어떤 것이지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았고, 다만 "지난달 18일 나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한 서울고법 형사10부도 진씨로부터 내가 받은 돈을 특수사업비에 쓴 사실을 인정, 1심보다 감형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과장은 또 "재작년 10∼11월 진승현 리스트가 나돌았을때 권 전 고문의 이름뿐 아니라 실세들의 이름도 상당히 나왔다"며 "그러나 리스트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전 과장은 "권 전 고문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과는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알고 있었고, 실제로 권 전 고문이 김 전 차장에게 인사청탁도 했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재작년 7월 진씨와 함께 옛 평창동 자택을 찾아온 김 전 차장으로부터 한스종금과 리젠트종금 등 진씨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 조사무마 등에 대한 청탁과 함께 진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