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hoi@kistec.or.kr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들려주는 '어떤 사랑의 이야기'에 보면,여명(黎明)의 여신 오로라가 티토노스라는 인간을 사랑하게 됐다. 여신은 인간에게 자신과 결혼해 주면 '불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로라와 몇 년을 함께 산 티토노스는 어느 새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알게 돼 불만을 터뜨리자 "불멸을 준다고 했지 언제 영원한 젊음을 준다고 했나요.늙어가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라고 오로라가 말했다. 결국 티토노스는 늙을 대로 늙어 오관(五官)을 잃고는 오로라에게 제발 죽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프랑스 작가 보부아르가 쓴 영원히 죽지 못하게끔 숙명 지어진 한 남자를 소재로 한 중편소설에서는,늙어서 육체는 시들고 추악해져 친지와 이웃들로부터 소외받고 강아지마저 가까이 가면 도망쳐 버린다. 하고 싶은 것도,하고자 하는 것도 없고 고독과 권태의 연속이다. 유일하게 기대와 희망이 있는데 그것이 자살이다. 그러나 자살을 기도하면 죽지 못하게 돼 있는 숙명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즉 생명은 연장할 수 있으나 늙음과 권태는 막을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오늘날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3백37만명)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고령화는 가속화돼 2019년에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간다는 것이다. 생명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현상은 오래 살고픈 사람들의 욕망이 실현된다는 점에서 모두들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고 있는 것은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이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우울한 황혼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즉 노인의 경제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현상은 자식과 떨어져 사는 '외로운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간 욕망 중 가장 늦게까지 남는 것이 성욕과 식욕,그리고 집단욕이라 한다. 그 중에서 최후까지 남는 것이 집단욕이다. '나 홀로의 삶'은 노인에게 고독을 느끼게 해 마지막 남은 집단욕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다. 소외되고 일자리까지 없는 상태에서 1백세가 아니라 그 이상을 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