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원화가 아시아 경쟁국 통화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중동,중남미 등 '3중(中)시장' 수출에 비상이 걸렸고 4·4분기부터는 수출 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로 적자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절상률(15일 기준)이 작년 말 대비 11.6%(1천3백13원50전→1천1백76원60전)에 달했다. 원화 환율은 올해 최고치(4월12일,1천3백32원)에 비해 석달새 1백55원이나 급락했다. 이같은 절상률은 유로화(12.8%)보다는 낮지만 일본 엔(10.1%) 등 아시아 통화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만달러(5.4%)와 싱가포르달러(6.1%)에 비해서는 절상폭이 두 배에 이른다. 정부는 이와 관련,이날 오후 임내규 산업자원부 차관 주재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무역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율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저부가제품으로 경합하는 '3중시장'과 섬유,플라스틱,저가 가전제품 등이 당장 수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2∼3개월 뒤엔 수출이 줄고 채산성도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정부는 환율대책으로 우선 가격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세계 일류상품'이 올해 안에 3백개,2004년까지 5백개로 늘어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책을 펴기로 했다. 수출기업에 대한 외환수수료 환가료 등의 인하를 검토하고 중소기업청 등을 통해 환위험 관리기법을 적극 보급키로 했다. 또 부품·소재 신뢰성 보험제도를 도입,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수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한편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당국이 환율안정 노력을 강화하겠지만 기업들도 스스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노사화합 등을 통해 환율에 대한 내성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형규·정한영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