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종합] 이틀째 20개월 최저 경신, "공급우위, 달러/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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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하락세를 연장, 20개월 최저치를 이틀째 경신했다. 장중 1,170원이 붕괴되는 등 대내외 여건은 환율 하락을 자극했다.
정부의 구두개입과 일부 국책은행의 정책성 매수세가 시장을 받치긴 했으나 밀려드는 달러매물을 흡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 부담에서부터 전자, 중공업 등 업체 네고물량 등과 함께 역외세력도 투자은행(IB)를 중심으로 달러 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오전중 원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입장을 피력, 달러매도(숏)가 유효하다는 심리가 우세했다. 오후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은 1,170원대 회복에 일조했으나 업체들에게 고점매도 기회를 제공했다.
달러/엔 환율은 116엔대에서 하락세가 강하지 않았으나 유로화 대비 등가 이하로 떨어져 낙폭을 확대하는 등 달러 약세 추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시장은 17일 제헌절 휴일을 건너뛰는 가운데 이틀간 뉴욕 증시와 달러/엔 환율의 동향이 향후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아래쪽으로 열린 흐름을 염두에 두고 1,160원대로의 재진입과 반등시 1,180원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80원 내린 1,171.80원을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1월 21일 1,167.50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장중 고점은 1,176.50원, 저점은 1,169.50원으로 지난 2000년 11월 22일 장중 1,160.50원까지 내려선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자 연중 최저치를 가리켰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7.00원을 기록했다.
◆ 거침없는 하락세, 휴식 뒤의 방향성 타진 = 일단 제헌절 휴일을 거쳐야 하는 국내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사는 '뉴욕 증시와 달러/엔 환율'의 동향에 몰려 있다. '그린스팬의 입'에 뉴욕 증시와 달러화가 초점을 맞춘 상태라 추가 하락과 반등의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 개입은 1,170원 밑에서 달러매도초과(숏)상태의 은행권이 많아서 먹혔으나 반등에 따른 중공업 업체 등이 달러매도 기회를 가졌고 역외매도세도 가세했다"며 "국책은행도 시중 물량을 1∼2억달러 흡수했다가 이를 다른 곳을 통해 되팔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레는 징검다리라서 쉽지 않지만 뉴욕 증시가 저점을 보고 반등하고 달러/엔도 116엔대에서 조심스레 버티고 있어 약간의 반등 조정도 있을 수 있다"며 "모레는 달러/엔이 115엔대로 가 있으면 1,165∼1,167원에서 시작할 것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1,180원 이상으로 크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사고자 하는 세력이 거의 없으며 달러/엔이 경계감으로 정체됐으나 유로화를 봤을 때 달러약세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며 "심리자체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으며 달러매수초과(롱)상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오늘 은행권은 내일 휴장인 탓에 약간의 달러매도초과(숏)상태로 간 것 같으나 기본적으로 달러매도(숏)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1,180원대가 뚫리면서 차트상 1,150원대를 보고 있으며 모레는 외부여건의 예측이 어려워 1,165∼1,180원으로 넓게 본다"고 전망했다.
◆ '탈 달러화 약세?' 독불장군은 없다! = 시장은 정부나 한국은행이 '환율 하락 추세'를 바꿀만한 방어기제나 명분이 그다지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에서 벗어나 원화만의 '독자노선'은 물리적으로 힘든 흐름이라는 것. 업체들의 달러팔자는 욕구도 점증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오전중 "환율이 현재선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상당기간 원고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정부나 한은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언급, 환율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시장에 주지시켰다.
역외세력은 이같은 발언 이후 매수에서 매도로 전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후장에서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과도한 환율 하락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 1,160원대로 진입한 환율을 1,170원대로 반등시켰다. 이후에도 일부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1,170원을 방어하는 수준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책당국간의 헷갈리는 발언이 나오긴 했으나 국내 시장만의 독자적인 흐름은 불가능하다"며 "투기 등에 의한 것이 아니고 외부변수에 의해 공급이 만들어지는 구조라서 물리적으로 반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달러화 약세는 '현재진행형' = 달러화는 밤새 유로화에 대해 29개월만에 등가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장중 엔화대비 116엔대에서 내림세를 유지했다. 미국 기업들의 쉼없는 회계부정스캔들 여파와 뉴욕 증시의 추락과 맞물린 달러화 약세는 이날도 진행형이었다.
전날 뉴욕에서 115.66엔까지 밀렸다가 반등, 116.37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개장초부터 일본 경제관료들의 잇단 구두개입으로 116엔에 방어선을 쳤다.
달러/엔은 장중 대체로 116.10∼116.20엔을 오갔으며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앨런 그린스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국회 연설 등으로 추가 하락이 제한, 오후 5시 16분 현재 116.35엔을 기록중이다.
시장은 일단 그린스팬 의장이 16, 17일 상하원에 출석, 보고 예정인 하반기 금융정책이 단기방향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긍정적으로 발언, 뉴욕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21억원, 4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틀째 순매도에 나섰으나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10원 낮은 1,17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이날 고점인 1,176.50원까지 올랐으나 차츰 흘러내려 9시 44분경 1,174.0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저가 매수세로 환율은 10시 14분경 1,176.30원까지 되올랐으나 매물벽을 만나 되밀리다가 오전장 막판 급락세를 보이며 11시 59분경 전 저점인 1,171.50원까지 다다른 뒤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낮은 1,171.20원으로 전 저점을 깨면서 오후장을 연 환율은 차츰 낙폭을 확대, 1시 41분경 1,169.50원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재경부의 구두개입이후 환율은 급반등, 1시 56분경 1,176.00원까지 되튀어오른 뒤 고점매도세에 밀려 2시 21분경 1,171.90원까지 재반락했다.
이후 1,172∼1,173원을 등락하던 환율은 차익실현 매물과 네고물량 등의 공급우위에 되밀려 4시 13분경 1,170.20원까지 밀린 뒤 1,171원선으로 소폭 재반등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6,0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2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7,150만달러, 3억2,18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173.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