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템플 스테이(temple stay) 프로그램처럼 수도원 생활을 체험하게 하자" "독일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 경당을 마련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교회 및 사회전반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천주교계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산하 한국사목연구소와 가톨릭신문사와 함께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 학술포럼을 앞두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주5일 근무제와 한국교회".주교회의와 각 교구에서 논의한 적은 있으나 포럼이나 세미나 형식으로 다뤄지기는 처음이다. 주교회의 의장인 박정일 주교(마산교구장)가 기조강연을 하고 주한 교황 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가 축사를 하는 등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시홍 한국외국어대 교수,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등은 주5일 근무로 예견되는 교회 상황과 신앙생활의 변화,사목적 대처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미리 공개한 발제문에서 박 실장은 기존 사목 방식의 보완 방안과 함께 새로운 사목 방안을 제안했다. 보완 방안으로는 주일 미사와 미사강론의 비중 강화,미사외에 성당에 부담없이 올 수 있도록 하는 단체행사나 프로그램 마련,신자들간의 다양한 네트워크 확립 등이 제시됐다. 박 실장은 또 가족 중심의 활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미사의 횟수를 늘리고 가족 모두가 성당에서 주일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휴양지에서 관광사목과 가톨릭 성지를 휴양지화하는 방안,관광지에 휴양·수련시설을 짓는 방안 등도 내놓았다. 1박2일의 성서 연수 또는 영성심화 프로그램,가톨릭 문화예술 활동,불교계의 템플스테이 같은 수도원 일과체험 등도 구상해볼 만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곽 신부도 "5일 근무제에서는 사목적 영적 프로그램이 체험적이고 실험적일 필요가 있다"며 기도 및 영적 체험을 위한 프로그램과 봉사활동 네트워크 형성,가족 또는 소그룹 단위의 성지순례,순교현장 체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자들과 함께 일하고 대화하고 기도하는 수도원 체험도 필요하다고 곽 신부는 주장했다. 곽 신부는 "성당을 전체적으로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신자는 물론 지역사회 주민들도 성당에서 침묵과 고요함,기도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당을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개방,'열린 교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논평자로 참여하는 도요안 신부는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30∼40%의 서민층이 겪을 위화감과 불평등을 감안,"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주교는 "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대증요법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며 문화의 복음화를 통한 건전한 휴가 및 놀이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