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6일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미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에도 불구,미국 증시는 하락했다. "현재"에 대한 긍적적 평가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른 결과라는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 마감후 발표된 인텔의 기대 못 미친 실적과 회계스캔들 여파를 감안할 때 당분간 미국시장의 회복은 힘들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국내 증시도 미국시장 약세-미국내 구매력 저하-미 경기회복 둔화-달러화 약세-국내기업 실적전망 하향-국내증시 약세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공산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스펀,구원등판에 실패했나=그린스펀의 약효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미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2.5~3%보다 높은 3.5~3.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 발언 직후 다우지수는 낙폭을 줄이고 나스닥지수는 급반등하는 등 하락장세가 진정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은 하락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린스펀 의장의 코멘트만으론 매수세를 촉발하기에는 미국시장의 투자 심리가 너무 악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16일 다우지수는 8,473.11을 기록해 8,500대 밑으로 내려갔고 나스닥지수도 장막판 하락세로 돌아섰다. 거래량은 늘었으나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2% 떨어진 386.45를 기록했다. 장마감 후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인텔의 주가는 4.45%나 급락했다. ◆국내증시에 대한 영향 및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국내증시도 뚜렷한 매수주체가 부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간이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당분간 약세장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증시 불안으로 투자자금이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미 증시의 하락세가 진정되더라도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가파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그린스펀 의장의 호의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인 미국 시장의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도체 D램가격 안정이 국내 시장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로 국내시장의 주도주로 기대됐던 수출주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내수관련주나 업황 전망이 긍정적인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서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사장은 "달러화 약세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수출주들의 주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최근 신세계 태평양 롯데칠성 등의 가치주들이 약세장에도 아랑곳 없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하반기 수출관련 기업의 실적 둔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