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떡밥낚시 .. 김충일 <아리랑TV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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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3@arirangtv.com
요즘도 차를 타고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저수지를 보게 되면 잠시 넋을 잃고 만다.
낚시터 풍경이 자꾸 필자를 유혹한다.
마냥 한가롭게 보이지만,저 고요 속의 격류가 지금도 생각난다.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할까,사실 낚시꾼의 마음은 늘 초조하고 바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민물낚시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때 충북 진천의 저수지로 잉어낚시를 갔다.
'대어'의 꿈에 부풀어 부지런히 떡밥을 넣어주었다.
그런데 찌는 기척도 없었다.
물과 자리는 다 좋은데,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슬그머니 부아가 나기도 했고,낚시장비를 붕어채비로 바꿀까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또 다시 밤이 깊어졌다.
건너편 좌대에선 '피아노 줄 소리'가 잇달아 팽팽거렸다.
다른 꾼들의 야광찌가 공중에서 요동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내 솜씨가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가' '자리를 바꿔볼까' '떡밥을 바꿔볼까'라는 등 별생각이 다 들었다.
"제발 한 마리만 물어다오"라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그러나 고기들은 무정했다.
야광찌는 미동도 없고,수면 위로 잉어들이 뛰어올랐다.
라면을 끓여먹는 속 쓰린 필자에게 잉어들이 "어이,김태공! 라면 맛있나?"라고 부아를 돋우는 것 같았다.
물소리만 찰랑대던 밤이 가고 어느새 날이 훤하게 밝아왔다.
필자는 남은 떡밥이나 쓸 겸 오전 10시까지만 낚시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9시50분이 되어도 찌는 기척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낚시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는데,아 그때 찌가 몸체 끝까지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사정없이 잡아챘는데,40㎝급 잉어였다.
그리고는 잇달아 잉어가 걸려 나오는데,'소나기 입질'이었다.
필자는 뒤늦게 팔을 부들부들 떨며 묵직한 손맛을 만끽했다.
낚싯줄이 피아노 줄처럼 울었다.
유난히 안개가 많이 끼었기 때문에 고기들이 뒤늦게 입질을 했고,비로소 '밑밥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같은 낚시는 평범한 진리지만 '기회는 온다.단지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는 걸 알려준다.
비록 물고기지만 그 한 마리를 잡는데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 꾼들은 잘 알고 있다.
초보일수록 요행을 바란다.
낚시장비나 낚시터를 탓한다.
낚시터의 정중동,그 평범한 진리는 바로 '떡밥'에 있다.
떡밥은 고기의 '미끼'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밑밥'이기도 하다.
기회는 온다.
단지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