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타락집단' 오명 씌워진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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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치하였던 헝가리에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입학허가를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기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외계인'으로 낙인 찍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사회적 오명이 18살의 젊은이에게 어떤 느낌을 갖게 했는지를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전혀 다른 세상에서 비슷한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최근 기업들의 회계부정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칭송받던 기업인들이 불성실하고 타락한 집단으로 비난받고 있다.
34년전 인텔을 설립,세계 최대 반도체회사로 만들었다.
현재 종업원은 5만명,이들의 평균연봉은 7만달러에 이른다.
수천명의 종업원들은 스톡옵션을 받아 집을 사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인텔이 이룩한 이같은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동시에 정보기술(IT)산업의 극심한 침체를 이겨 나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 경영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마치 범죄혐의자로 쫓기는 것 같고,18살때 헝가리에서 느꼈던 외계인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기업인들도 극도로 실망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제품이 미국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해올 때가 생각난다.
값 싸고 질 좋은 일본제품이 밀려 들어오자 미기업들은 엄격한 검사를 통해 품질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쳤다.
인텔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얼마 안돼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은 검사를 아무리 철저히 한다 해도 고품질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디자인부터 운송에 이르기까지 전공정을 모두 개선해야만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이런 깨달음으로 미기업은 재도약할 수 있었다.
회계부정같은 기업범죄도 질이 좋지 않은 제품처럼 시스템문제의 산물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시스템적인 접근방법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해결책은 '권력의 분산'에 있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야 한다.
이사회는 CEO를 감시하고 필요하면 교체하는 게 기본적인 기능이다.
대부분의 미기업들은 CEO와 이사회 의장이 같은 사람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내재적인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이사들은 최소한 3분의 2 이상이 그 회사와 금전적 관계가 전혀 없는 사외이사여야 한다.
상장요건에 이같은 두가지 조건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 회계법인이 경영컨설팅을 못하도록 하고,기업분석가들도 투자은행업무와 철저히 독립돼야 한다.
금융사기를 저지른 기업인들을 처벌하는데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CEO나 CFO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먹칠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미자본시장을 구성하고 감독하는 모든 기관들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혁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80년대 일본제품에 맞서 전공정을 개혁하는데 5~10년이 걸렸다.
그같은 개혁도 일본제품에 시장을 다 뺏기고 종업원을 잃은 후에야 가능했다.
최근 잇단 기업스캔들로 주가가 폭락,기업의 시장가치가 대폭 줄어들면서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효과적인 개혁이란 수년간의 고통스러운 재건축을 필요로 한다.
정리=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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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앤드루 그로브 인텔회장이 워싱턴포스트 17일자에 기고한 'Stigmatizing Business'를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