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熱依然午熱同 야열의연오열동 開門小立月明中 개문소립월명중 竹深樹密蟲鳴處 죽심수밀충명처 時有微凉不是風 시유미량불시풍 -------------------------------------------------------------- 밤 되어도 더위는 여전히 한낮 더위/문 열고 뜰에 나가 달빛 아래 서 보네/대숲 저만치서 벌레가 울고/이따금 서늘함이 살랑 일지만 바람은 아니라네 -------------------------------------------------------------- 송 양만리(楊萬里)가 여름날 밤 뜰에 나가 달빛 아래 서서 벌레 우는 소리를 듣고 잠시 더위를 식히다가 읊은 '여름밤 서늘함을 좇아(夏夜追凉)'이다. 여름은 더운 계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위를 무작정 피하려고만 한다. 그럴수록 더위는 집요하리만큼 사람 곁으로 다가온다. 여름은 사시운행(四時運行)의 한 단계요, 성숙의 한 과정이다. '에어컨' 따위로 이를 피해보려 하지 말고 그 속에 뛰어들어 여름을 즐겨 볼일이다. 이병한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