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경제의 화두는 역시 '환율'이 차지할 전망이다. 환율을 거시 가격변수답게 경기상승세를 유지하는 버팀목인 수출에서부터 물가, 경상수지, 통화정책, 기업실적 등 두루두루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으로 원화강세가 추가로 진행될 여지가 있음을 감안하면 정부 등 정책당국의 신중한 정책운영과 기업들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원화 강세 지속 =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금융불안에 따라 주요 통화가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는 하반기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러의 약세 전환은 세계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의 조정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주요 통화가치의 급격한 재조정을 수반한다"며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달러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 달러화가치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은 달러의 약세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 노무라는 이같은 달러 약세 영향으로 아시아통화 가치가 4개월간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골드만 삭스는 자체 모델에 의해 달러화가 향후 12개월에 걸쳐 8% 이상의 추가 절하를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경제 회복세에 따라 향후 추이는 가변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원화가 다른 주요국 통화와 함께 강세이나 실질실효환율상 원화는 연평균으로 지난해보다 5%내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말 현재 109.3(95년 100기준)으로 여전히 추가적인 절상 여지를 두고 있다는 것. ◆ 환율 변수의 함수 풀이 = 이날 KDI의 경제전망을 보면 '환율'이 하반기 경제동향에서 일정부분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음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4월 경제전망 발표에서 '변수'로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환율이 거시경제지표를 비롯해 향후 경제정책기조의 조정여부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환율은 미국 및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와 맞물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함께 영향을 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4월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환율 등 금융변수들이 급격히 변동하고 있으나 수출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내수와 수출이 좀더 균형있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12일 연중고점인 1,332.00원 이후 이날 현재 11% 이상 떨어져 대미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 전반 상황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수출은 완만하나마 꾸준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수출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완만하게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는 수출의 경우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더라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의 큰 폭 증가가 예상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전분기 예상치 60∼70억달러에서 40∼5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입은 환율 하락 영향으로 하반기 증가세가 확대되며서 금액기준 연간 7∼8%의 증가율이 예상됐다. ◆ 물가 안정효과, 금리인상 늦추자 = 물가의 경우 그 동안 확장적 정책운용 및 경기상승 영향으로 오름세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었으나 환율 급락에 따라 상승압력이 당분간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경제운용의 가장 큰 복병이었던 물가 상승압력이 수입물가의 하락을 바탕으로 완충지대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수혜인 셈이다. 그러나 KDI는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는 그 성격상 단기적 현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경기상승 지속에 따라 내부적 물가상승 압력이 축적되면 중기적으로 물가상승세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노란불을 켜 놓았다. 이에 따라 KDI는 물가전망치를 종전보다 불과 0.1%포인트 낮은 2.8%로 잡아 환율하락의 '부분적'인 효과에 집중했다. "향후 경기회복 속도가 현재 전망보다 빨라진다면 물가상승률 전망은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통화정책에 대해 KDI는 앞선 분기의 입장과 달리 "금리인상을 늦추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환율이 급락해 금리 인상에 버금가는 물가안정 효과를 내고 있고 미국의 금융불안이 금리조정의 필요성을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DI는 당분간 최근 환율 급락과 미국 금융불안의 파급효과를 주시하면서 금리조정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라고 주문했다.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환율변동보다 내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같은 환율 변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이 전방위로 펴져 있음을 감안, KDI는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추후 경기 및 환율 동향에 따른 신축적인 조정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하락 및 미국 경제 불안이 수출회복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반적 경기상승세가 안정될 가능성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KDI는 지적했다. ◆ 기업 실적 방어 =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는 환율은 좀더 비중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원화 절상이 기업 채산성이나 수익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각 기업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환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하반기에 환율 하락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환율 급변으로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상반기는 평균 환율이 1,293원으로 괜찮았으나 하반기에는 다소 우려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경영계획은 달러/원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원이 절상될 경우 순익 1조2,500억원 가량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고 계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채권 재고를 낮추고 실물비용 낮추기 등을 통해 환율 하락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