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 확보와 양성이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자사의 차세대 리더 교육을 한국에서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의 항공.우주업체인 보잉은 최근 서울 부산 경주 등지에서 핵심간부 27명을 대상으로 '세계 지도자과정(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보잉의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선진국 배우기'에 인재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기업에 '시장 가까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부 인재 스카웃 못지 않게 기존 인력에 대한 역량 극대화가 중요함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보잉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이 회사가 '글로벌하게 생각하자'는 모토를 내걸고 지난 99년 8월 도입한 핵심간부 양성 과정이다. 매년 81명을 선발해 3개 전략 지역에 27명씩 한달간 보낸다. 올해는 독일 한국 영국이 전략지역으로 선택됐다. 이번에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은 18만여명의 보잉 직원 가운데 앞으로 '톱 2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리더다. 스티븐 마서 연수원 부사장은 "차세대 리더들을 전략지역에 파견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쌓고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육프로그램 =이들은 한국에서 꼬박 21일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한국 공부에 투입됐다. 처음 11일간은 한국의 전문가들로부터 정치 산업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한승주 전 외무장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이 강사로 나서 이들과 토론을 벌였다. 또 5일간은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인터뷰했으며 이들이 만난 연인원은 모두 1백9명이나 됐다. 이들은 또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를 견학하고 양산 통도사에선 다도를 배웠다. 경주에 머물며 한국 역사의 깊이도 음미했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인과 관료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직설적이고 일 얘기만 하는' 미국식과는 전혀 다른 한국적 리더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로그램 매니저인 낸시 스티븐슨은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한국인들의 자부심과 근로자 기업인 관료들의 열의가 인상적이었다"고 참가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지난해 매출이 5백8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보잉은 세계 60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23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지사인 보잉코리아(대표 윌리엄 오블린)에는 현재 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사무소와 지원시설은 인천국제공항 서산 부산 김해 창원 사천 등지에 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