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금융불안에다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재테크 시장의 '몸사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권 혹은 금융상품간 자금이동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 시중금리에 따라 예금금리가 조정되는 저축성 예금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현상만 눈에 띄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3조2천억원의 비교적 많은 자금이 저축성 예금으로 유입됐다. 시중금리가 커다란 변화 없이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중도해지에 따른 자금이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투신권에서는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이 상품의 수탁고 증가액은 2조5천7백억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지난달에 빠져 나갔던 자금이 환류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역시 금융불안에 따라 시중자금의 부동화 성격이 짙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증시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주식형 수익증권과 주식혼합형 펀드에서는 계속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이탈되고 있는 점이다. 반면 채권혼합형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1조1천2백억원이 들어왔다. 대내외 금융불안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의 선호심리(flight to quality)가 작용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주가 상승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풍부한 편이다. 정책당국에서 경기과열을 우려, 금리인상 가능성을 계속 시사해도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1조6천2백억원인 반면 상환액은 2조2천9백억원으로 6천7백원억이 순상환됐다. 오히려 기존의 회사채를 만기 이전에 갚는 조기상환 현상(buy-back)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데다 일정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은행들이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대출 세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주말 달러당 1천1백70원선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에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 증시의 계속된 주가 폭락으로 달러화에 대한 보유심리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번 주부턴 월말 수출네고 장세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정책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시장에서 인식될 경우 이번주초에 원.달러 환율이 1천1백60원대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상춘 <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