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팔짱낀 코스닥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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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이 즐겨 쓰는 말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과 '투자자 보호'다.
작은 제도나 규정을 고칠 때도 그는 항상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위한 조치였다고 배경 설명을 한다.
이런 연유에서 증권가에선 정 위원장을 '건전증시 파수꾼' 중 한 명으로 여겨 존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이코인 사건에 대한 정 위원장의 태도는 그동안의 평가와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코인 사건은 이 회사 최대주주인 김대욱 사장이 코스닥시장 등록이전에 자신의 주식을 차명계좌에 은닉해 둔 다음 등록시점을 전후해 그 주식을 팔아치운 사건이다.
현행 규정엔 코스닥시장 등록을 원하는 기업은 등록예비심사를 받기 전 6개월 동안 최대주주의 지분율에 변동이 있으면 등록을 할 수 없다.
또 등록 후에도 일정 기간 최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코인은 코스닥등록을 위한 기본규정을 어긴 셈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드러난 직후 코스닥위원회의 대응자세에 있다.
이코인 사건이 터진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정 위원장은 "등록 취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 위장분산 사실을 모르고 산 선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정 위원장은 특히 "최대주주가 교묘히 지분을 위장분산시킬 경우 이를 파악해 낼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코스닥위원회는 등록 희망기업이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살펴 볼 능력이 없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더구나 제2,제3의 이코인 사건이 불거져도 시장 퇴출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금융감독원은 상장 등록기업의 대주주가 지분을 위장분산시킨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조치는 '사후감독'이라는 한계를 가졌다.
불공정 거래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예방조치가 긴요하다.
이는 전적으로 코스닥위원회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이코인 사건에 대한 코스닥위원회의 자세 전환이 시급하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