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규제자유 지역 설치를..金一燮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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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각 부처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기 위한 경제특구의 세부 추진방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경제특구법의 제정을 통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지정될 경제특구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법인세 등 감면,외국인의 해외근무수당 비과세한도 인상,외국화폐 자유사용,외국인 전용병원과 약국 설치,국제고등학교 설립 허용,외국대학원 분교설치 허용 등의 특혜를 부여할 계획이다.
현재 영종도,김포매립지,송도신도시,부산 항만과 광양만배후지 등 5개 지구가 경제특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아시아본부가 9백개가 넘는 홍콩이나 2백개 이상의 싱가포르,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푸둥지구 등과 필적할 수 있도록 조세감면과 비즈니스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한편 인천시는 인천을 중심으로 한 1억평규모의 지역에 국내외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국제자유기업도시를 2030년까지 3백59조원을 들여서 개발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삼성그룹이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경제특구가 외국기업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경제특구 제도의 도입은 외국기업의 유치에 그쳐서는 안되며,반 글로벌적인 요소가 많은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모멘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투적 노사분규,행정규제 등 '기업하기 대단히 어려운 나라'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이를 위한 경제특구지정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규제의 정글에 갇혀 고통 받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들을 불합리한 규제로부터 탈출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엄청난 양의 규제개혁을 했지만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진 정부 역시 우회 수단을 터득하여 신속하게 규제를 양산하고,법률 미근거 규제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래서 국민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전면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즉 경제특구의 개념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전 지방자치단체에 '규제자유지역'을 설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규제자유지역이란 본래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유지에 필수적인 극소수의 규제를 제외하고는 규제가 없는 '규제의 유토피아'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협의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자유지역의 추진은 특정행정구역 내에서 특정부문 규제의 적용을 배제,그 분야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방정부가 광역자치단체 또는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특정분야에 대한 규제를 배제할 것을 신청하고,이를 규제개혁위원회 등이 심사하여 승인하면 규제자유지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우선 교육 창업 관광 등이 규제자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적 근거는 행정규제기본법을 일부 개정하거나,규제자유지역설치기본법(가칭)을 제정하면 된다.
정부가 간섭하고 있던 것만 풀어주면 되니 예산 부담이 거의 없어 더욱 매력적이다.
지방정부가 자기 특성에 맞는 규제자유지역을 설치하고,이를 기업과 국민에게 마케팅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규제자유를 상품으로 한 경쟁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룰만 공정하면 경쟁시장의 결과가 항상 최선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자유지역을 설치하고 교육에 관련된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인 환경을 조성한다면 외국 유명대 분교가 진출하고 고품질 전문교육기관이 들어서며 따라서 해외유학의 수요가 이곳으로 몰리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한 곳이 성공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자극을 받아 교육자유지역을 또 설치할 것이고,이것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교육 빅뱅'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된다.
각 지역별로 다양한 분야의 규제자유지역이 생기고,이것이 확산되어 누적되면 환경 건강 치안 등 극소수의 필수적인 사회적 규제를 제외하고는 우리 나라의 행정규제가 모두 없어지는 '규제 빅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ilsupkim@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