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기아차 노조 옛날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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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사 협약안이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장차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해볼 사안임에 틀림없다.
연장근로와 휴일근무,주5일근무시 임금.근로조건,근로자 전.출입시 근로조건 등에 대해 노사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거치도록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 합병과 양도,공장의 이전과 통폐합,외주,분사,하도급 전환,신차종 투입,신기술.신기계 도입 등 주요 경영 판단에 대해서도 노사간"의견일치"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회사측은 의견일치라는 표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대우전자 등의 협약내용과 다를바 없다고 설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합의나 의견일치가 "사전통보" 또는 "협의"와는 엄연히 다르며 해석에 따라 경영권을 제약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기아차 노사 합의로 다른 사업장 노조까지 비슷한 주장을 들고나올 경우 경영개입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경영권 침해 여부가 논란이 될 정도의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의 협상경과다.
자동차 호황을 볼모로 한달여 동안이나 부분파업등 온갖 수단을 동원,무한투쟁을 해온 노조의 강경노선은 특히나 비난받아 마땅하다.
과거 회사가 부도를 내기까지 기아차노조가 보여주었던 "폐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다시 그때의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물론 이번 협상내용은 노사관계가 협력적 기반을 갖추고 있을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돼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엔 경영의 발목을 잡는 독소조항이 될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기업들이 IMF위기를 극복하고 이만한 수준의 경쟁력을 회복하게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구조조정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구조조정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며 상시구조조정체제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사사건건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면 구조조정은 벽에 부닥칠수 밖에 없고 우리기업의 큰 병폐의 하나인 경영 비효율성은 더욱 확대될게 뻔하다.
기아차노조는 이번 합의안이 고용안정에 초점을 둔 것이지 경영개입을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떠한 명분으로든 회사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이 침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