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우리에게 환희와 감동을 안겨준다.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원로화백 전혁림(87)의 작품세계는 '한국 색채추상의 대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화려한 색상이 화면을 지배한다. 형상이 없는 화면이기에 색의 고유성과 조화가 특히 중요하다. 요즘 작가들로선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원색 화면을 고령에도 불구하고 양산해 내고 있다. 내년에 미수(88세)를 맞는 전 화백이 서울 덕수궁미술관과 경기도 수원 이영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데 따른 것으로 60여년간 그려온 대표작들을 회고전 형식으로 보여준다. 전씨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이영미술관은 1990년대 이후 최근작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 화백은 고향의 풍경을 주제로 평생 '색채의 향연'을 펼쳐 보여준 작가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고향이 쪽빛 바다 경남 통영이라는 점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통영의 군조(群鳥) 들녘 바다 등을 모티브로 청색이나 청회색을 즐겨 사용한다. 화면에 드러나는 선명한 색상은 민화 단청 등 전통 색감에서 영향받은 것이다. 그는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 많은 작품을 만들지는 못한다"며 "죽음이 가까워온 나이에 끊임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9월22일까지.덕수궁미술관(02-779-6641) 이영미술관(031-213-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