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 여성들의 옷차림이 날로 과감해지고 있다. 소매 없는 옷은 예사.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오프숄더 블라우스나 슬립형 원피스,엉덩이만 간신히 가린 핫팬츠 등이 인기다. 노출 정도가 예년에 비해 한층 심해졌다. '오프숄더(off shoulder)패션'의 인기는 가히 선풍적이다. 목선을 가슴께로 끌어내려 양어깨와 쇄골을 시원하게 드러내거나 한쪽 어깨만 가린 블라우스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여성복 메이커들은 '구색'쯤으로 생각했던 오프숄더가 의외로 잘 나가자 반색하고 있다. 예츠의 경우 오프숄더 블라우스 중 제일 섹시한 스타일 3백벌이 지난달 동나 부랴부랴 2백벌을 더 찍었다. 비키,베스띠벨리,씨 등에서도 오프숄더 물량의 60% 이상이 이미 팔려나갔다. 비키 디자인실 이선화 실장은 "오프숄더 스타일은 세계 패션계의 주조인 로맨틱,페미닌,에스닉풍을 두루 만족시킨다"며 "각진 얼굴을 부드러워 보이게 해줄 뿐 아니라 동양여성에게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오프숄더 패션이 급부상하면서 이를 돋보이게 해주는 액세서리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액세서리 전문점엔 예전에 볼 수 없던 초커(목에 꼭 달라붙는 목걸이)가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와 있다. 체형관리센터에는 목 주변에 경락 마사지를 받겠다는 여성들이 줄을 선다. 쇄골과 목 언저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명동에서 앙드레 에스테틱을 운영 중인 신정순씨는 "이달 들어서만 쇄골 마사지를 따로 받겠다는 고객이 수십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소매옷도 갈수록 야해지고 있다. 어깨끈만 달린 '끈나시'는 물론 아예 끈도 없이 몸통만 가려주는 '튜브'도 눈에 띈다. 원피스도 끈만 달린 슬립 스타일이 잘 나간다. 반바지도 화끈하게 짧아졌다. 작년에는 무릎 길이의 반바지가 강세였는데 올해는 핫팬츠가 주류로 부상했다. 엉덩이살 접힌 부분이 살짝 드러나는 '핫핫팬츠'도 드물지 않다. 패션계에서는 "보수적인 한국 여성들의 패션감각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소매옷만 입어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몇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의 노출 정도는 깜짝 놀랄 만하다는 것.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외 패션 트렌드를 접하면서 여성들의 보수적인 옷입기가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6월 월드컵 거리응원전에서 나타난 일부 여성들의 과감한 차림도 올 여름 노출패션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이너스 정호 이사는 "장마로 인해 찌는 듯한 무더위는 아직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노출 아이템이 잘 나가는 것은 여성들의 패션이 대담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