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 엘스(32·남아공)가 제 1백31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5백30만달러) 정상에 섰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4명 연장전' 끝에 안은 감격의 우승이다.


엘스는 2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GL(파71)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백78타로 스튜어트 애플비,스티브 엘킹턴(이상 호주),토마스 르베(프랑스)와 공동 선두를 기록한 뒤 '4홀 플레이오프'와 '서든데스'를 거치며 천신만고 끝에 우승했다.


94,97US오픈 우승자인 엘스는 브리티시오픈 첫 챔피언으로 등극하면서 메이저대회 승수를 3으로 늘렸다.


1백10만여달러(약 13억원)의 우승상금보다 엘스에게 더 값진 것은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게 된 것.


"우즈가 나오는 대회에서는 기가 죽는다"는 엘스였지만 우즈가 3라운드에서 몰락한 사이 '대어'를 낚았다.


엘스는 지금까지 브리티시오픈에서만 두번 2위를 했고,메이저대회에서는 네번이나 2위에 머물렀다.


특히 2000년 마스터스·US오픈·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연달아 우즈의 벽에 막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엘스는 "내 골프인생 중 가장 어려운 대회였다"며 "여기 올 때는 큰 자신이 없었지만 이제 '챔피언' 타이틀을 달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엘스는 1언더파 70타를 추가하는 데 그쳐 추격자들에게 연장 기회를 주었다.


16번홀(파3)에서는 더블보기를 범하며 선두권에서 미끄러져 내리기도 했다.


17,18번홀을 버디,파로 마무리하고 연장전에 돌입한 엘스의 경쟁자는 3명.


대회 1백42년 사상 4명이 연장전에 나간 것은 처음이었다.


브리티시오픈 연장전은 4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서든데스를 벌인다.


1번홀,16∼18번홀에서 벌어진 4홀 플레이오프에서 엘스와 르베는 합계 이븐파를 기록했고,나머지 두 선수는 1오버파로 탈락했다.


18번홀(파4·4백49야드)에서 열린 두 선수의 서든데스.


단 한번의 실수로 승부가 결정되는 피말리는 싸움이었다.


아이언 2번을 잡은 엘스는 티샷을 잘 보냈으나 5번 아이언 세컨드샷이 그린 옆 항아리 벙커에 빠졌다.


왼발을 벙커 안에,오른발은 벙커 밖에 놓고 쳐야 하는 고약한 라이.


엘스는 그러나 그 벙커샷을 '기적의 샷'으로 바꾸며 홀 1.5m 지점에 붙였다.


반면 드라이버 티샷이 벙커에 빠진 뒤 3온을 한 르베의 볼은 홀에서 6m 거리.


르베는 파 퍼트가 홀을 벗어나 보기를 범했고,엘스의 파 퍼트는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기나긴 승부를 마감했다.


엘스의 생애에 '가장 긴 거리의 퍼트'였고 '가장 중요한 샷'이었다.


르베는 지난 99년 장 방드 벨드(프랑스)처럼 연장전에서 무너져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한때 엘스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던 마루야마 시게키는 선두그룹에 1타 뒤진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인으로는 이 대회 첫 '톱5' 진입이다.


우즈는 최종일 6언더파 65타(이글 1개,버디 5개,보기 1개)를 기록,합계 이븐파 2백84타로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그는 "오늘 목표는 이븐파였다"며 자위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